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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의 난맥, 제대로 된 이념의 부재(不在)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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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7:07 조회 18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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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이념의 부재가 문제다!


참여정부 출범 9개월. 그야말로 ‘살얼음 밟듯’ 지나온 기간이다. 얼마나 더 지나야 굳은 땅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요즈음이다. 물리적 시간으로는 안정권에 접어들었어야 할 정권이 말기적 혼란에 휩싸인 모습을 보며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불안을 넘어 공황 직전의 상태다.


이런 난맥상의 원인으로 이념간•세대간의 갈등, 집단이기주의, 대중영합주의, 이념에 강한 대통령 참모들의 성향 등을 꼽은 어느 학술회의의 결과가 최근 보도된 바 있다. 대개 맞는 진단으로 보이지만, 잘못 짚은 게 하나 있다. 과연 현재의 집권세력이 ‘이념에 강한’ 부류인가. 그들의 행태로 보아 그것은 잘못된 판단일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이념을 몰각(沒却)’했다거나’ ‘시대착오적 이념에 매여 있다’고 한다면 맞을지 모른다.


한 때 우리 사회에 풍미하던 유행어 ‘코드’를 상기해보자. 적과 동지를 구분하기 위한 표지(標識)가 바로 그 말의 용도다. 좋게 보아 ‘이념적 동질성’, 나쁘게는 ‘패거리 의식’ 쯤으로 이해될 수 있는 말이다. 계층간•세대간의 통합보다는 공동체인 ‘우리’를 ‘너’와 ‘나’로 분열시키는 배제의 논리가 바로 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코드’의 실체나 그 이념적 정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사실 앞 시대의 비주류가 현재의 집권세력인 주류로 부상했음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주류 세대인 50-60대의 역할을 비주류 세대인 30-40대가 맡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비주류와 주류의 교체가 쉽지 않은 일임을 감안한다면, 현 집권세력의 출범은 역사적인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신적 지향점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사회의 실질적인 주도세력으로 정위될 수 없다.


‘5급 이상 청와대 관리의 84%가 386세대’라는 사실이 집권세력의 생물학적인 나이가 젊어졌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긴 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이념을 창출하여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 그리 큰 의미를 지니지는 못한다.


그 옛날 고려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한 신흥 사대부 계층이 민중으로부터 저항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합리적이면서도 뚜렷한 이념 때문이었다. 그들의 성리학 이념은 낡은 의식과 질서에 대하여 절대적으로 우월한 것이었다.


이처럼 제대로 된 이념은 1차적으로 집권세력 내의 동질성을 굳건히 유지시키고, 대중에 대하여 매력과 흡인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패거리 의식’을 이념으로 착각할 경우 그 집단은 조만간 파열음을 내게 되며, 대중적 지지 또한 얻지 못한다. 참여정부 출범 9개월만에 노출되는 갖가지 문제점들이나 국민적 지지율의 하락은 그 점을 웅변으로 입증한다.


우여곡절은 많았으나 조선조가 5백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집권세력이 이념적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뚜렷한 이념의 설정은 집권세력의 자기 정화를 가능케 한다. 여말선초에 단행된 토지제도의 개혁을 비롯하여 각종 법제의 정비나 집권세력의 정점인 왕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분명한 이념 아래서 가능한 일이었다.


조선초 권력의 실세 정도전이 정치적 언술인 악장에서 ‘언로를 열 것, 공신을 보호할 것, 토지의 경계를 바로잡을 것, 예악을 정할 것’ 등을 임금에게 주문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공유하던 이념의 덕분이었다. 만약 이념이 없었다면 그들의 판단이나 행동은 사리사욕의 부림을 면치 못하고 혁명의 대업 또한 시작과 동시에 좌초되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정도를 가도록 ‘쓴 소리’ 한 마디 못하고 사리사욕의 제물이 되고 있는 현 집권세력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올바른 이념의 부재에 있음을 확인하는 요즈음이다.
                                                         조규익(숭실대 국문과 교수)


200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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