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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과정 개편과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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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7:10 조회 28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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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숭실대학신문> 2004년 5월 17일자에 사설로 실려 있습니다.


교과과정 개편 작업에 즈음하여

 교과과정을 개편한다고 한다. 지금의 교과과정으로 바꾼 지 겨우 2년 만이다. 2년마다 한 번씩 교과과정을 바꾸어야 하는 당위성이 어디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기야 우리나라가 초·중등교육과정을 바꾸어 온 것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벌써 일곱 번째다. 그러니 2년마다 교과과정을 바꾼다고 대학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좋게 말하면 우리 사회의 변화가 급격하여 가르쳐야 할 내용 또한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가르쳐야 할 내용이 그렇게 수시로 바뀐단 말인가. 교과과정을 ‘조변석개’식으로 바꾼 덕에 우리의 교육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는가.

하기야 필요하다면 1년 이내에 바꿀 수 있고, 반대로 10년 넘게 유지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멀쩡한 교과과정을 2년마다 뒤집어엎어야 한다면, 교육의 ‘안정성’이나 ‘지속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그래서 그 ‘2년 주기’라는 것이 이 땅의 제도적 경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표본이다.

요즈음 대학들이 교과 과정을 개편하면서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가 바로 교양과정이다. 의식 없는 학교의 운영진들은 교양과목들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수 학점이 줄어들수록 없애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대상이기도 하다. 교수들은 자신들의 전공만 중시하고, 학교 당국은 교양교육을 제대로 시킬 생각보다 학생들의 불평만 내세워 교양교육을 포기하려 한다.

학생들을 ‘무한한 가능태’로 만드는 것이 제대로 된 교양교육이다.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제대로 된 ‘교양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당장은 학생들이 싫어해도 ‘시켜야 하는 것’이 교양교육이다. 전공 외의 좋은 책들을 읽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나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글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일 등은 학창시절에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전문분야에서 자신을 무한히 업그레이드 시키는 자산일 수 있다. 교양의 유무가 인생의 성공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학교 당국이 깨달아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04. 5. 17.>


200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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