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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의 '무보수 선언'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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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7:20 조회 24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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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숭실대학신문 897호(2005. 5. 2.)의 사설로 실려 있습니다.


총장의 ‘무보수 선언’을 보며

 임기 중의 보수를 발전기금으로 희사하겠다는 이효계 총장의 선언은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상당수의 지도층 인사들이 투기행위나 금전 관련의 오직(汚職) 사건 등으로 영일(寧日)이 없는 요즈음이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에 들어와 연구비 집행 과정의 비리와 각종 부조리 등으로 대학들은 연일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당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사회인들로부터 개혁의 물결을 피해가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만큼 기득권에 집착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처럼 그동안 사회에서 횡행되어온 온갖 부정적인 행태들이 대학으로부터 불거져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하기야 우리 대학이 사회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구성원들이 일치하는 이상, 대학의 수준이 사회의 그것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나 국민의식을 선도하지 못하는 대학들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도처에 대학들이 들어서 있는 현실에서 미래 지향적 지도자들을 길러내도록 대학에만 강요하는 것은 일견 무리일지도 모른다. 대학의 숫자나 대학 진학률만으로 따지면 이미 오래 전에 대학은 대중교육의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아직 대학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부존자원이 없고 국토가 좁은 이 나라에서 기댈 데란 교육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현실과 이상이 묘하게 교차하는 공간이다. 이상은 미래를 지향하는 지도적 인격의 양성에 두면서도 일반 대중사회의 의식이나 행태에 집착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제대로 된 대학인들이라면  긍정적인 문화의 생산자로서 사회와 국가를 선도해야 한다. 대학이 사회를 이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사회인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대학을 껴안으면서도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다. 사회도 부패하고 대학도 부패하면 이 나라는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대학의 부패를 막으려면 대학인들이 최고의 지성과 도덕으로 무장해야 한다. 자기중심적 이해관계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최고의 이념적 푯대를 세워야 한다. 이런 시기에 나온 총장의 결단이야말로 ‘대학을 살리려는’ 일념으로부터 나온 결과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조규익(국문과 교수)


200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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