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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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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6:22 조회 13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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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하자


 벌써 한 학기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이제 한 학기의 결산서를 작성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학기초의 계획과 결심이 얼마만큼 달성되고 지켜졌는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지만 우리 모두가 지켰어야 할 공동선이나 지향했어야 할 공동의 목표에 대해서는 따져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

작년 올해로 우리나라 대학들이 부쩍 긴장하고 있음은 누구나 지적하는 사실이다. 그것이 국제 환경의 변화와 위기에 대한 자발적 깨달음의 결과이든, 국가 정책에 의한 타율적 대응이든 대학들이 생존의 문제로 고민해보기는 유사 이래 처음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대학인들 모두가 얼마나 겸허하고 긴박하게 그러한 상황의 변화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이 상황에서 우리 모두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깨닫지 못한다면 대학 개혁이니 체질 개선이니 하는 말들은 모조리 구두선이요, 공염불이 아닐 수 없다.

몇 가지 우리 스스로의 상태를 체크해 보기로 하자. 우선 학교 당국은 그저 대학평가의 채점 기준표 확인에만 급급해 하고 정작 면학 분위기 조성이나 남들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아이디어 개발 같은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지나 않은지. 교수들은 강의를 내실있게 하고 연구의 질과 양을 개선하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학생들은 툭하면 엠티니 농활이니 체육대회 등으로 휴강 요구를 밥먹듯이 하지나 않았는지.

이 시점에서 과연 학교 당국, 교수, 학생 등 세 주체가 힘을 합쳐 긴박한 상황에 걸맞게 대학의 분위기를 조성해가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전혀 가시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 모범으로 삼을만한 대학의 모델이 없다는 데 있다. 한국의 대학들 거의 모두 이런 범주에 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가 합당한 모델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우리가 택해야 할 유일한 모델은 학문탐구의 전당이자 성역으로서의 대학이다. 너무나 상식적인 말이지만 학문 탐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학이 존립할 이유가 없다. 축제의 명목으로 밤낮없이 며칠 동안이나 캠퍼스를 가로막고 술장사て음식장사를 벌이는 반지성적 풍토,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꽹과리 소리て드럼 소리て노래소리가 진동하는 난장판, 기독교 이념을 내걸고 있으면서도 밤늦도록 교정 곳곳에서 벌어지는 술판들을 아무도 제지하지 못하는 무책임성, 옆방에서는 강의가 진행중인데도 아랑곳 없이 망치소리 요란하게 벌여대는 공사판, 등등. 우리 대학에 변한 게 무어란 말인가. 번쩍이는 건물 몇 동 짓고, 최신 컴퓨터를 도입했으니 좋아졌다고 할 것인가. 식당의 메뉴가 다양해졌으니 좋아졌다고 할 것인가. 강의시간에 소음으로 교수 학생 모두가 찡그리는 얼굴을 해야 한다면 대학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가. 학문탐구에 방해가 되는 일은 대학의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정화해야 한다. 그걸 못한다면 우리 집단은 대학이길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대학의 낭만이란 공부에 시달린 끝에 갖는 잠시 동안의 밀도 있는 휴식으로부터 이루어지는 양념이어야 한다. 낭만추구와 공부가 그 선후나 비중이 바뀐다면 대학이 존립할 이유가 없다. 강의와 학문연구를 방해하는 요소들에 대하여 대학사회가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한국의 대학들이 모두 그러하니 모르는 척 지내자고 한들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리라도 선도해야 한다. 적어도 대학이 학문에서만은 성역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200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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