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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의 가사문학관을 둘러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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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6:29 조회 14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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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은 가사문학을 비롯한 국문학의 산실이었다. 문학이나 풍류를 떠나서는 그곳을 말할 수 없을 만큼, 담양은 문학과 예술이 넘쳐나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발길 닿는 곳 어디든 누정(樓亭)들이 서 있다. 누정은 재야 사림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생각을 다듬던 만남의 장소였다. 그곳에서는 시문이 창화되었고, 가사가 지어졌으며, 악기의 반주에 따라 다양한 노래들이 가창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이 시대 지성인들의 마음을 자연의 호흡에 맞추어 조율하던, 우리만의 살롱이었던 것이다. 이런 공간의 대표적인 것으로 봉산면 제월리의 면앙정(?仰亭), 담양읍 유산리의 송강정(松江亭), 남면 지곡리 성산의 식영정(息影亭)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식영정과 송강정은 환벽당과 함께 전라남도 기념물 제 1호인 정송강의 유적들이다. 면앙정은 송순(宋純)이 중종 28년(1533)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내려와 지은 정자이고, 송강정은 동인(東人)들과의 갈등을 이기지 못한 송강이 내려와 초막을 얽어매고 살던 곳에 후손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1770년에 세운 것이며, 식영정은 김성원(金成遠)이 1560년 임억령(林億齡)을 위해 지은 것이다. 모두 주옥같은 가편(佳篇)들이 지어진, 창작의 산실이었다.  

그 가운데 가사문학관이 들어선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담양군 남면 지곡리, 즉 광주호 상류지역이다. 부지 5,017평에 세워진 541평의 한옥 2층 건물인데, 세미나실?전시실?향토사료관?문화사랑방?기계전기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시원하게 넓은 정원이 나오고, 정원 한 복판에 널찍한 연못이 만들어져 있으며, 그 가운데의 석가산(石假山)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심어져 있다. 여초 김응현의 시원한 글씨 “가사문학관”을 올려다보며 문을 들어서면 담양대학의 최한선교수가 국보급 서예가로 칭탄해마지 않는 이돈흥선생의 힘 있는 글씨들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제1전시실에는 담양에서 지어진 가사들과 관련된 인물들, 그들의 작품이나 유품들, 각종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제2전시실에는 누정 및 담양의 시가 관련 인물들과 그들의 작품과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제3전시실에는 가사 및 누정 관련 대형 작품, 재현도 및 복원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자료실에는 가사문학 관련 참고 연구도서 등 1000여점의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고, 장서각에는 송강집과 기암집 등 목판 500여점이 보관되어 있으며, 영상실에서는 담양문화권의 유적에 관한 비디오를 시청할 수 있다.

지방 자치시대를 맞아 각 자치단체들이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문학 유산을 선양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한 경우는 아마도 이곳이 유일할 것이다. 풍부한 유산, 주민들의 자긍심, 추진 인력 등 삼박자가 갖추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특히 전남대의 박준규교수, 담양대의 최한선교수를 비롯한 이 지역 대학들에 재직하고 있는 국문학 연구자들의 힘은 이 일을 성사시키는 데 절대적이었던 듯하다. 관광수입 증대 등 자치단체의 이면적인 노림수를 지적하는 일부 인사들의 비판도 없지 않으나, 어쨌든 유사 이래 이런 규모의 국문학 관련 건축물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 꼽혀야 할 것이다. 정부에 문화부가 있다지만, 언제 한 번 제대로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적이 있던가. 국가를 경영한다는 작자들이 언제 한 번 우리의 정신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누가 뭐래도 이번 일은 유사 이래 처음 있는 쾌거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전통 국문학의 정태적인 감상이나 교육만 반복?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이 건물은 전통을 꾸준히 발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문화적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해가는 산실이 되어야 한다. 유치원에서 대학생까지 반드시 순례해야하는 국문학의 메카로 자리잡아야 한다. 피교육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치밀한 프로그램을 짜야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가사문학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사진을 첨부하였습니다. 위의 내려받기에서 압축된 파일을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2002. 8. 30.> 


200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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