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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평] 죽음을 모르는 자 삶을 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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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6:36 조회 13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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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모르는 자 삶을 논하지 말라
- {옥같은 너를 어이 묻으랴}를 읽고


죽음을 모르는 자, 죽음을 생각해보지 못한 자는 삶을 논할 수 없고, 죽음의 심연을 유영해보지 못한 자는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없는 법. 조강(糟糠)을 씹어가며 한 몸이 된 아내의, 내 피와 살을 덜어 만든 자식의, 마음을 나눈 친구의, 깜깜한 밤길에 등불같던 어른들의 죽음을 당해본 적이 있는가? 아니 우주보다도 소중한 그대 자신의 죽음을 꿈결에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그 고운 이들이 떨어지지 않는 발길로 이승을 하직할 때 우린 어떻게 그들의 등을 떠밀어줄 것인가? 아니, 내가 멈칫거리며 이승을 하직할 때 이승에 남은 고운 이들의 섭섭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줄 것인가?
"너는 비록 편해졌지만, 내가 죽으면 누가 울어줄 것이냐? 컴컴한 흙구덩이에 차마 어이 옥같은 너를 묻으랴?" 사랑하는 여동생을 저승으로 보내며 하늘 땅 가득 쏟아놓는 오빠의 통곡이 목석같은 이내 가슴을 가리가리 저며내는 것을, 어찌 참아낼 수 있단 말인가?
이 작은 책 속에서 죽음의 연금술사들은 한 바탕 초혼굿을 벌인다. 아니, 죽음의 종말성에 대한 저주스런 그 주문들은 그대로 넋두리, 즉 환혼(還魂)이다. 초혼에 환혼이라, 죽은 자들을 부르는 외침은 이승에 메아리로 서려 끊임없이 산 자들을 위로해왔다. 삶의 환희가 갖는 순간성은 죽음의 침묵이 갖는 영원성에 대적할 수 없을지니, 그래서 죽은 자는 험한 이승에 살아남은 자들을 위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살아 숨쉬는 선각자들의 피묻은 넋두리는 그대로 산 자들을 다독여주는, 어머니의 자장가다.
이 곱디고운 넋두리를 남긴 선각자들이나, 그들의 가쁜 숨결을 우리의 버전으로 전해준 번역자는 '겁나는 죽음'을 '아름다운 죽음'으로 탈바꿈시킨 연금술사들이다. 우리 모두 읽어서 삶을 아름답게 꾸며나갈 일이다. 죽는 날까지...

이승수 편역, 태학사, 값 7000원


200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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