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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6:37 조회 13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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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기초학문


이른바 '수요자 중심'의 해괴한 논리가 등장한 지 몇 해만에 드디어 기초학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나라의 정책 담당자들에게 '수요자 중심'이란 말의 개념이 처음부터 잘못 주입되어 있었음을 본 사설자는 누차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잘못은 바로잡혀지지 않은 채, 결국 그에 따른 부작용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피교육자인 학생만이 교육의 수요자는 아니다. 국가 사회 학부모 학생 모두가 바로 교육의 수요자들이다. 이들의 합의에 의해 피교육자들에게 충실하고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다. 국가나 사회는 원대한 비젼을 가지고, 그들의 미래를 꾸려나가야 한다. 한 두 해 살고 때려치울 나라가 아닌 이상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기초를 든든이 하는 일이야말로 국가 정책의 담당자들이 가장 먼저 유념해야 할 의무다. 전통과 이념이 저변을 받쳐준 위에 미래지향적 목표의식을 가지고 매진하는 것만이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와 같이 능력있는 지도자나 브레인 그룹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그러니 이 나라의 대학이나 국민들은 제대로 된 정책이나 교육적 배려를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 비극적 현실 위에서 기초학문은 바야흐로 고사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 기초학문분야 교수들의 선언이나 호서대학의 철학과 폐과는 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나라 기초학문 붕괴의 서막일 수 있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학문의 균형발전이란 무엇이며 과연 그것이 국가 사회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만한 정치인들이나 대학의 최고 경영자들이 적어도 지금의 이 땅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나라의 대학가는 당장 돈 되는 분야에만 관심을 갖는, 모리배적 상행위의 난장판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학문이 고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바야흐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기초학문을 구해야 한다. 기본과 기초, 정신이 갖추어진 뒤에야 물질도 의미가 있는 법이다. 이 세상에 섬뜩한 도구들만 들러멘 로봇들이 판친다고 생각해보라. 과연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도구적 인간들만으로도 우리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을지 지금 심각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 이 글은 숭실대학신문 806호(2001년 6월 4일자) 사설입니다.


200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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