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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와 구칠이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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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6:37 조회 15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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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와 구칠이는 어디에...


대세는 신라 내물왕의 7세손이자 이찬 동대의 아들이었다. 그가 하루는 승려 담수에게 좁은 신라를 벗어나 드넓은 바깥세상으로 나가자고 제의했으나 거절을 당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친구 구칠이와 함께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멀리 떠나갔다.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는 실화로서, 진평왕 9년 7월 어느 날의 일이었다. 허구헌날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남북과 동서로 갈려 서로 잘났다고 물고 뜯는 우리네 삶을 생각하면, 대세와 구칠이야말로 얼마나 멋진 친구들인가!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는 이 땅을 좁게 여기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고자 하는 기상이 있었다. 대세와 구칠이는 자발적 해외이민의 첫 사례인 셈이다. 그간 역사의 질곡 속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나간 수백만의 동포들이 세계 각처에 흩어져 살고 있으며, 지금도 자녀교육이나 경제문제 때문에 떠나는 동포들로 공항은 연일 만원이다. 이민 가는 사람들은 우리를 버리고 가는, 섭섭한 이웃들이 아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넓히기 위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고마운 핏줄들이다. 이민을 떠난 우리 동포들이 현지에 잘 뿌리내리도록 도와주는 일은 이 땅에 남은 자들의 의무다.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지 못한다면, 이 나라는 이미 그들의 조국일 수 없다. 대세와 구칠이의 후손들은 지금 어느 곳엔가 살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이민을 떠나는 이웃들이 수백년 후 우리의 기록에 진평왕대의 그들처럼 간 곳 모르는 존재로 기록되어서야 되겠는가? 앞서 가는 나라들처럼, 우리도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21세기의 대세와 구칠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200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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