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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6:38 조회 13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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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식민지


일제 게임을 즐기고 일본소설과 만화에 빠져있는 한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게 뭐 어떠냐'는 식의 무감각이 더욱 놀라왔다. 군사력으로 영토를 확장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세계는 지금 문화라는 첨단 무기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젖먹이 시절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사고방식까지 서양식으로 만들려고 애쓴다. 그러려면 우리의 것을 가급적 빨리 지워버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일본문화의 무차별 세례까지 받으면 아이들은 완벽하게 무국적의 신인간으로 재생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미국과 일본의 문화식민지로 전락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역사의 고비마다 쓰라린 고통을 안겨준 일본이, 애증관계로 묶여있는 미국이 병력대신 대규모 문화의 무력을 통해 이 땅을 그들의 식민지로 접수한 거나 아닐까. 그런데도 문화제국주의가 무언지 알 턱 없는 이 땅의 권력자들은 조만간 일본의 문화를 무제한으로 개방하겠다고 공언한다. 어릴 때 받아들인 지식이나 의식은 일생을 지배한다. 일본이 역사교과서 왜곡을 통해 자기 아이들의 의식을 붙잡아 두는 한 편, 우리 아이들에게는 영화 만화 게임 등 문화무기로 무차별 공격을 가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지어 미국 아이들도 일본 게임산업의 포로가 되어 있음을 나는 얼마 전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조만간 문화의 힘으로 대동아공영권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세계까지 지배하겠다는 망상을 구체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심상치 않은 준동을 바라보며 이 땅의 정치인들과 학계 재계 문화계의 인사들이 무지에서 벗어나 제발 정신좀 차렸으면 좋겠다.


200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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