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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6:39 조회 13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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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이나 친구들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살았으면 잘 지내고 있는지 그렇지 못한지, 못내 궁금해 하는 것이 사람의 상정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편지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었다. 연애편지를 쓰면서 마음에 들 때까지 수십장의 종이를 찢어버리던 청춘남녀의 사연은 기성세대 모두가 간직하고 있는 공통의 추억이리라. 미주에서 발간되던 [신한민보]에도 "편지차자가시오"란 광고가 자주 눈에 뜨인다. 사탕수수농장 노동자로 하와이에 건너 왔다가 계약기간이 끝났거나 중도에 탈출하여 미국으로 건너간 우리 동포들이 신한민보를 통해 고국의 부모형제와 편지 왕래를 했던 듯 하다. 말하자면 신한민보는 고국과 동포들의 소식을 전해주는 신문이자 재미 동포들의 집배원인 셈이었다. 같은 땅덩어리를 갈라놓고 편지 한 장 주고받지 못하는 오늘날 이 민족의 '잔인한 어리석음'은 이미 전 세계의 비웃음꺼리가 되고 있지만, 편지길을 막아놓는 일이야말로 차마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편지를 사랑했다. 지금도 옛 어른들의 간찰들이 비싼 값으로 경매 되고 있으며, 모범적인 편지들을 모아놓은 그 옛날의 '간독(簡牘)'집 또한 흔히 발견된다. 그 뿐인가. 근대 문학기에 들어서도 유명문인들의 서간문집 발간은 유행이다시피 했다. 그런데, 그 편지가 바야흐로 사라지고 있다. 웬만한 것은 전화로 해결하거나 목소리마저 듣기 싫으면 몇 자 이메일로 때우고 만다. 유려한 글씨체도, 근황을 묻는 정중한 인사말도 모두 사라지고 건조한 용무만 두어 줄 이메일로 전달되곤 한다. 그에 따라 우리들의 마음까지 삭막해지고 말았다. 과연 편지가 사라진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뭘까? 


200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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