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부터 살리자! > 에세이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에세이

학교부터 살리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6:40 조회 183회 댓글 0건

본문

학교부터 살리자!


학내 분규가 8개월을 넘어 장기화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양측의 논리들을 일일이 따질 겨를이 없다. 그만큼 우리의 처지가 다급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첨단의 정보화시대. 모든 일이 실시간으로 외부인들에게 속속들이 알려지고 있는 시절이다. 좋은 일보다는 궂은 일을 즐겨 말하는 것이 사람들의 상정이며, 그 때문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수록 오히려 해결책은 막연해질 수도 있다. "형제끼리 집안에서는 싸워도 바깥으로부터의 모욕은 서로 막아주는 것"이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가꾸어 온 지혜였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는가. 무슨 일이든 사실보다 부풀려지거나 있는 것 없는 것 외부인들에게 속속들이 까발려지기 일쑤다. 이 사태가 누구의 잘못이었든 공동체의 구성원들 모두는 엄청난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개강이 한 주나 미루어지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죄없는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군데군데 빈 칸으로 남겨진 강의시간표 책자를 받아들어야 하는 이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싸움을 하더라도 피차 "통 크고 격 있게" 할 수는 없는가? 총알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전장에서도 먹어야 하고 배워야 하며 생각은 해야 한다. 공산주의자들이 나라를 다 먹어버리고 손바닥 크기의 부산땅만 남았던 그 때에도 '전시연합대학'이란 간판 아래 천막교실을 운영했었다. 정의가 승리하리라는 신념 아래 전쟁이 끝난 후를 대비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분명 그런 시기는 아니다. 치열한 싸움 끝에 어느 한 쪽이 자신들의 의도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었다 한들, 다 깨어져버린 공동체의 단절된 맥을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단 말인가. 지금 한국의 대학들은 남들보다 한 발 앞서기 위해 두 눈을 부릅 뜬 채 밤을 밝히고 있다. 남보다 앞서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은 고금동서를 관통하는 진리이겠으나 21세기에 접어든 이 땅에서는 그 삶의 원리가 너무나도 절실하다. 잘 나가는 대학들은 국가기관으로부터 수억내지 수십억의 지원금을 받고 있는데, 바라볼 거라고는 학생들 등록금밖에 없는 우리 대학은 올해 들어 한 푼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투쟁은 하되 우리의 일상만큼은 충실히 진행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을 여기서 절감하게 된다. 모두 한 발씩 물러나 해결의 길을 모색할 시점이다. 남의 헛점들을 나무라기 이전에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깨달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참회의 눈물이라도 흘려, 상대방을 감동시켜야 한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 다급하다.


2002-09-0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白圭書屋:::
대표자 : 조규익 | Tel : 010-4320-8442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 E-mail : kicho@ssu.ac.kr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