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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하지 말자!!! : 학술출판의 정보 공유 제도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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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6:46 조회 13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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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하지 말자!!! : 학술출판의 정보 공유 제도 마련 시급


최근 A교수는 얼마전 모 신문에 발표한 칼럼과 관련하여 생면부지의 B교수로부터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즉 B자신도 그보다 몇 달 앞서 비슷한 내용의 책을 낸 바 있는데, 혹시 그 책에서 참고한 게 아니냐는 의혹 비슷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이유야 어떻든 그 책을 미리 보지 못한 것은 A의 불찰이었다. 그 순간 A에게도 똑 같은 의문이 떠올라서 B에게 마찬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그 칼럼의 근원이 된 A의 연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온 것이고, 그 대부분은 B의 책이 발간되기 한 해 전에 역시 몇 편의 논문과 함께 독립된 책으로까지 발간한 바 있다. 그런데 B역시 A의 논문이나 책의 발간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소규모 출판사에서 펴냈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으나, 출판사실 자체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남의 논저들을 읽다보면 참으로 기가 막히게 이미 발표한 내 논저의 상당 부분과 닮아있는 내용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문구만 약간 다를 뿐 발상이나 결론조차 ‘거의 같은’ 경우들을 만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럴 때마다 꿍꿍 앓다가 마는 것은 그것들이 내 것들을 표절한 것이라는 확증을 잡을 수 없고, 나 또한 본의 아니게 그런 일을 범할지도 모르며, 대부분의 학자들이 남의 연구업적에 관심이 없고 설사 관심이 있다해도 그것들 모두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2001년도만 해도 공식적 통계에 잡힌 신간도서만 3만 4천여종에 이른다. 그 뿐인가. 책으로 묶여 나오지 못한 논문까지 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대부분의 일간신문들은 신간도서 관련 전문 섹션을 운영하고 출판만 다루는 전문잡지만 해도 여러 개에 이르며, 대형 서점에서는 독자적으로 출판물을 소개하는 간행물까지 발간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인터넷 상에 학술정보 검색사이트들이 여러 개 등장함으로써 학술 정보의 제공은 표면상 제법 완벽해진 듯 하지만, 이면을 드려다 보면 쉽지 않은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다.

그것들이 간행물 모두를 다루지 못할 뿐 아니라, 설사 다룬다 해도 무수히 나와 있는 그것들을 모두 훑어보고 종합할 여유가 연구자들에게 있지 않다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그러니 본의 아닌 ‘표절’의 오해를 무릅쓰면서도 선행 연구업적의 검색을 소홀히 하거나 심한 경우 포기하는 경우 또한 없지 않은 듯 하다.

요즈음 학부생들이 제출하는 리포트들은 거의 모두가 인터넷에 기대어 ‘짜깁기’를 해오는 것들이며, 심지어는 전문 학회에 투고되는 논문들까지 정밀한 심사를 거쳐야 할 정도로 표절이 일상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런 현상의 반대쪽에는 섬처럼 고립된 채 자기만의 독단에 빠져서 남의 연구결과를 ‘오불관언(吾不關焉)’하다가 남들이 이미 찾아낸 결과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저작자들도 있다.

두 현상은 극과 극이로되 전자는 의도적이고 후자는 본의 아니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 ‘결과적으로 표절’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고도의 지식정보화 사회에 진입해 있는 만큼, 모든 저작자들이 ‘본의 아닌’ 실수를 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선결되어야 한다. 학술출판의 경우 이젠 유명무실해진 납본 제도를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시키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즉 학술진흥재단 등에서 각 출판사나 학회를 통해 출간되는 도서와 논문의 요약문이나 출판사항을 인터넷 상으로 제출받고 데이터베이스로 가공하여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그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대학별, 학회별, 연구소별로 모아진 정보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제공함으로써 의도적이거나 본의 아닌 표절을 예방하고 결과적으로 연구의 질을 한 차원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표절 중에서 아이디어의 표절이 가장 악랄하다’는 노학자의 질타가 70년대에 있었는데, 세기가 바뀌었어도 이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우리 사회 모두가 표절의 진흙탕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200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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