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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역사도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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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6:54 조회 13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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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역사도 가르쳐야 한다


최근 북경에서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은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하나는 거의 매일 일어나다시피하고 있는 탈북동포 관련 사건들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일보 특파원 가택에 대한 무단 침탈사건이다. 외견상 양자는 별개의 사안들인 듯 하지만 이면적으로는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역사적 측면에서 우리나라를 대하는 중국측 시각의 일단을 표출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기까지 하다.

중국에 대한 사대외교는 약소국으로서 피할 수 없었던 일이었으나,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대단히 수치스러운 굴종의 역사임에 틀림없다. 이 땅에서 벌어져 온 권력투쟁의 여파가 그와 같이 떳떳지 못한 외교관계의 지속으로까지 직결되었음을 생각하면, 오늘날의 우리 또한 과연 제대로 된 독립국 백성들인가에 대한 회의마저 갖게 된다. 정식으로 왕위를 물려 받았건 쿠데타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왕위를 빼앗았건 그들에게 '윤허'를 받아야 비로소 권력의 정당성이나 정통성이 인정되는 굴종의 역사를 조선조 이래의 각종 기록들에서 확인하게 된다.

필자가 최근에 발굴한 [죽천행록]은 바야흐로 망해가는 중국 왕조에 기대어 정통성을 인정받으려는, 비참하고 처절한 우리 조상들의 자화상을 아프게 보여준다. 그로부터 몇 백년이 흐른 지금 과연 그러한 상황은 얼마나 호전되었는가. 그들이 우리를 자신들의 변방에서 찾아온 '우스운' 식객으로 보았기에 국제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우리 동포들을 무자비한 방법으로 잡아가고 있는 것이며, 그러한 사건을 상세히 보도하는 특파원의 가택에까지 무단으로 침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무리 자신들의 비위를 거스른다 한들 과연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파견된 특파원의 가택을 무단으로 침범할 수 있을 것이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그토록 무자비하게 잡아갈 수 있을까. 물론 복잡한 정치·외교적인 현실문제가 개재된 문제들이기에 함부로 언급할 수 없는 측면이 있음을 알지만, 결국 이 사건들은 조선조 이래 우리 민족에 대하여 갖고 있던 편견을 현재의 중국 지도부가 청산하지 못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 당국, 특히 외교 담당자들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외교사적 배경에 대한 뼈아픈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 지금의 정부 당국자들이 속으로 얼마나 원대한 궁리를 펴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필자와 같은 필부의 눈에는 아직도 우리 정부나 외교관들이 조선조식 굴종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가 하여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그들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각 방송사들이 각종 역사관계 프로그램을 통하여 '영광의 역사'만을 방영하는 것이 과연 전적으로 옳은 일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리라 본다. 어느 민족의 역사나 영광스런 측면과 수치스런 측면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자칫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키고자 한다면 우리가 그토록 지탄해 마지않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같은 '어리석음'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과거 역사를 거울 삼아 바람직한 현재와 미래를 건설한다는 역사 본연의 뜻 또한 상실할 수 있다. 아무리 영광의 역사를 가르쳐도 과거의 수치스런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며, 잊으려 해도 그런 수치의 역사는 현재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차라리 그런 것들을 당당하게 보여주면서 지금의 우리가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일만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훨씬 생산적일 것이다. 그래서 부끄러운 역사도 가끔은 반추해 보아야 하고, 적극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200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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