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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대학교수는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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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6:55 조회 13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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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와 국민의식
-대학과 대학교수를 감시하라!-

최근 한 방송국에서 내 보낸 특집프로 "세계의 명문대학"은 대개 그러리라 짐작만 하고 있던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사실 "죽도록 공부하기"나 "출판하라 그렇지 않으면 사라져라(나가라)" 등 다소 거친 표어들의 속뜻을 언뜻 알아차릴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속된 말로 '먹구 대학'에 익숙한 우리들의 입장에서야 그런 말들이 대학생이나 대학교수에게 해당한다고 꿈에선들 생각할까? 그저 이 땅에서 얼굴에 '공부한다'고 표를 붙이고 다니는 부류래야 기껏 고3 수험생들이나 고시생들이 유일할 뿐이니 말이다.

그럭저럭 대학에서 20년 가까이 봉직하고 있는 필자로서도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하나 있다. 대학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수수방관'과 무지다. 게으름을 부리다가 종종 글빚에 몰려 휴일이나 방학에도 연구실에 틀어박혀 지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라치면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대학교수가 무엇 때문에 그리 열심이냐? 대학교수란 대충 놀면서 지내도 되는 거 아냐?"고 자못 측은해 하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 뿐인가? 연구실에 틀어박혀 연구에 몰두하는 교수들을 보면서 "오죽 못났으면 이곳저곳에 불려다니거나 그럴듯한 보직 한 자리도 맡지 못한단 말인가?" 하면서 혀를 차기도 한다.

그러나 교수들에 대한 이런 몰 이해는 그런대로 참을 만하다. 아이들을 고3때까지 닦달하던 학부모들도 막상 그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나 몰라라'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4년 내내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과제물은 제 때 제출하는지, 교수들은 제대로 가르치는지, 학교는 교육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지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식을 대학이라는 기관에 맡겨 놓기만 하면 그 대학의 '이름값'에 따라 '물건'이 되어 나올 거라고 믿는 듯 하다. 그런 점에서 대학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철석같은 믿음이란 참으로 가상하다.

최근에 들어와 대학에 대한 이런 '무조건적 믿음'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건 참으로 놀랄만하다. 등록금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대개 대학의 운영자들은 선진국의 대학들에 비하여 지금의 등록금이 비싸지 않다고 보는 데 반하여, 상당수의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등록금이 과다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재원이 요청되기 때문에 현재의 등록금으로는 현상유지하기도 힘들다고 보는 것이 전자의 입장이고, 선진국들에 비해 열악한 교육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등록금이 비싸다고 보는 것은 후자의 입장이다.

등록금 인상을 저지하려는 학생들은 "허리가 휘도록 등록금 마련에 고생하시는 부모님" 운운하면서 학생들의 정서에 호소하는 것이 고작이다. 심지어는 등록금 인상을 저지하기 위해 고유의 권리인 수업을 거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경우도 있다. 등록금 몇 푼 아끼는 것보다 교육의 질 향상을 요구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는 점을 아직 모르는 현실이 안타깝다.

자식이 대학 공부하는 모습을 한 달만 감시(?)해보면 우리나라 대학들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데도,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자식에게 약간의 변화만 감지 되어도 부리나케 교무실을 찾아가던 학부모들의 열의가 대학에는 통하지 않음을 아는 것일까? 대학교육의 품질은 대학교수와 대학당국의 교육서비스에 달려 있다. 대학교수와 대학당국이 달라지려면 학부모들 스스로가 깨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 채찍이야말로 아직도 잠자고 있는 이 나라의 대학을 깨울 수 있는 유일한 약이다.

  *이 글은  2002년 9월 17일자  "제일경제"의 '투데이 제경'에 '국민의식 변해야 대학교육 산다'는 제목으로 실린 글입니다.


2002-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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