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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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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6:58 조회 19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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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야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이 사이에 국내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신선하면서도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할만한 일들이 많았다. 새 정부를 평가하는 것이 시기상조이긴 하나, 아마츄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난과 포퓰리즘의 단맛에 빠져들고 있다는 고언들이 여러 곳에서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참여'란 무엇인가. 모든 국민들을 계층의 구분 없이 정치의 주체로 격상시키고 능동적인 존재로 만들어 나가는, 가치 지향적 행위다. 국민들 개개인이 각자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고, 민족이나 국가 또한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점에 '참여'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 권위주의 정부들과 참여정부가 달라야 하는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들이 약간이라도 자존심에 손상을 받는다면, 참여정부의 이념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난 세 가지 일들은 그런 의문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출범 당시 참여정부는 '동북아경제중심국가'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여기에 즉각 이의를 제기한 것이 중국이다. '동북아중심'이란 말이 외교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말하자면 그 말이 '동북아 큰 형님 국가'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기분 나쁘다는 뜻일 것이다. 한 나라가 무슨 기구를 만들든, 그 기구에 무슨 이름을 붙이든 다른 나라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설사 그들의 그런 느낌이나 견해 표명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쳐도 문제는 "즉각 개명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대응에 있었다. 참여정부가 미래에 우리나라를 그런 나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 바로 그 표현이었다. 백보 양보하여 그것이 현재 우리의 상태를 말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 해도 그에 대하여 다른 나라에서 왈가왈부할 수 없는 일이다. 이웃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국가는 얼마든지 자유로이 그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고, 그에 대한 표어도 내걸 수 있다. 그런 걸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국제법이라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문제를 제기한 쪽도 그에 대하여 즉각 고치겠다고 응수한 쪽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중국이 노출시킨 '중화주의'도 시대착오적인 것이고, 무사려한 우리의 대응 역시 국민들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킨 일이었다. 제59차 유엔 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상황 규탄 결의안' 찬반투표에 우리나라가 불참하기로 한 사실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에 우리나라가 제외된 문제 또한 국민들의 자존심을 손상시킨 일들이다. 남들보다 우리가 먼저 나서서 해결해야할 것이 바로 북한의 인권과 핵 문제다. 이라크와 같은 남들의 인권을 중시하는 터에 헌법상 우리 국민의 인권을 '나몰라라'하는 것은 이 정부의 심한 직무유기다. 우리의 목숨이 달린 핵문제의 논의와 해결 과정에 우리가 빠진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방법과 절차상의 문제가 있긴 하겠으나, 두 문제 모두 당사자인 우리는 빠져버린 채 다른 나라들에게 미루는 것은 명분상으로도 실리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 우리의 운명을 열강들에게 맡겨놓고 그들이 흘려주는 정보나 얻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참여정부 시대에 되풀이하려는 의도를 알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남들에게 당연히 해야할 말을 해도 될 만큼 성장했다. 우리 일을 우리가 주도할 만큼의 역량도 키웠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할 때 국민은 자존심을 갖게 된다. 지금 국내외적으로 진행되는 일들이 국민들의 자존심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일들이라면, 정책 당국자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덕만 있고 위력이 없으면 그 나라는 밖으로 침범당하고 위력만 있고 덕이 없으면 안에서 그 백성이 무너진다"는 명대 문학자 풍몽룡(馮夢龍)의 일갈은 참여정부의 고위 관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조규익(숭실대 국문과 교수)


200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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