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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개혁의 속뜻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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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6:59 조회 18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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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숭실대학신문> 851호(2003. 5. 6.) '월요시평'에 실려 있습니다.


참여와 개혁의 속뜻 읽기

 

참여정부 출범 두 달. 파격이 일상화 되다시피한 기간이었다. 신선하다는 사람들도 있으나,  국민 대다수는 불안해 하고 있다. 그간 모진 역사의 질곡을 견뎌온 국민들이니 안정을 희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격'에 식상한 사람들에게는 '격을 파괴하는 일'만큼 신선한 게 어디 있으랴. 그러나 격을 떠난 세상살이가 어디 그리 쉬운가. 하루하루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장삼이사들에게 상식이나 격이야말로 그들이 늘 입는 옷과 같다. 그래서 한 편으론 신선하면서도 또 한 편으론 불안한 것이다. 이 정부가 내건 '참여'라는 명제도 그렇다. 그간 눌려만 살아온 '보통 사람들'이 정치의 주체로 격상되는 것. 그게 바로 참여의 본뜻이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이 개혁이다.


                    주류와 비주류의 자리바꿈


 화려하게 펼쳐지는 개혁의 청사진 아래 역사 진행의 두 축이었던 주류와 비주류가 바야흐로 자리를 바꾸고 있다. 지난 날의 주류와 기득권 세력을 동의어로 보고, 자리바꿈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집권세력이다. 부패한 고려말, 개혁의 기치를 들고 일어선 것이 신흥 사대부 집단이었다. 세차게 밀어부친 토지개혁의 명분은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었다. 그 개혁의 여세를 몰아 역성혁명에 성공했고 권력까지 잡았으나 정작 농민들은 땅 한 뼘 받은 바 없고, 예전의 개혁세력만 기득권 세력으로 새롭게 등장했을 뿐이다. 그런 역사는 지금도 반복될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이권에 개입한 대통령의 측근들은 벌써부터 사법의 단죄를 받고 있고, 대통령의 주변엔 그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로 두꺼운 장막이 쳐지고 있다.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건 아마츄어들 뿐이니 '적재적소'의 인사원칙이 지켜질 리 없다. 코드가 맞는 '동지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며 얼렁뚱땅 한 시절 지내다보면 개혁의 의지는 빛 바랜 넝마가 되기 마련. 그 뿐인가. 이미 단맛을 보여준 인터넷과 공중파 방송 등 매스미디어가 집권세력의 나발 노릇이나 한다면 개혁의 초심이 사라지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국가를 경영해본 경험이 전무한 바탕 위에 만발하게 될 것은 대책없는 낭만주의 뿐이다. 아마츄어리즘 만으로도 이미 국가는 위기에 처해 있는데, 여기에 포퓰리즘까지 가세할 경우 그 결과의 참담함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승리한 개혁세력이 지닐 수 있는 최대의 무기이자 의무는 양보와 겸양이다. 좋은 지도자만이 생각은 달라도 능력이 출중한 인물을 발탁할 수 있다. 지금 이 나라 개혁세력의 한계는 권력이라는 전리품을 독식하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혁을 표방하고 출발한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종국에는 가장 반개혁적인 대통령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양보와 똘레랑스의 미덕


개혁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하고, 그 도덕성은 관용과 양보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 개혁세력 자신들까지 개혁의 대상으로 포함시킬 때 상대편을 설복시킬 수 있으며, 그런 다음에야 빛을 발하는 것이 '똘레랑스'의 미덕이다. 개혁세력 자신들은 '절대선'이고 상대편은 '절대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야말로 개혁세력을 독재의 함정으로 빠지게 한다. 독재자가 반드시 패망한다는 것은 반복되는 역사의 교훈이다. 참여와 개혁의 명분으로 권력독식의 부도덕성을 엄폐하면서 상대편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대는 집권세력의 행태야말로 또 다른 보복의 악순환을 예비하는 듯 하여 섬뜩하기만 하다.
                                                조  규  익(국문과 교수)


200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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