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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들,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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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7:00 조회 14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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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신문 852호(2003. 5. 12)의 '사설'로 실린 글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읽자

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뒤 지혜로운 사람들은 재빨리 힘을 합쳐 폐허가 된 삶터를 복구하고, 더 강한 터전을 만든다. 원래의 삶을 회복하고 자신들보다 앞서 가는 사람들을 따라잡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련이 발전의 긍정적인 토대로 작용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다. 이와 달리 폐허를 복구하는 일은 제쳐두고 네 탓 내 탓을 따지며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퇴보를 지향한 어리석음의 극치임은 물론이다. 대양을 항해하다가 침몰하는 배를 놓고 승조원들이나 승객들이 한 데 엉겨 서로의 잘잘못을 따질 겨를은 정말로 없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도 파도 험한 난바다를 헤쳐가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나 지도 그룹의 건전한 상식과 깊은 통찰력이야말로 큰 배의 안전을 위한 나침반이나 힘찬 동력과도 같다. 공동체의 힘은 구성원 개개인의 자존심과 자부심으로부터 나온다. 구성원들의 그런 덕목을 극대화시키는 요인은 지도자의 리더쉽과 통찰력, 정책 담당자들의 전문성과 책임감 등이다. 지금같은 국민 주권시대에 구성원의 힘을 결집시켜 공동체로 하여금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다면, 그 공동체에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지난 세기말부터 신자유주의 사조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본의 아니게 무한 경쟁의 시대로 접어 들어, 적자생존의 논리가 판을 치게 되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그들 나름의 전략을 갖고 남보다 한 발 앞서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따라서 자칫 한눈을 팔다보면 시대의 흐름에 뒤지게 되고, 필연적으로 경쟁의 대열에서 낙오하게 되어 있다. 이 세상에 절대선과 절대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자신은 '절대선'이고 상대는 '절대악'이라는 논리 또한 수긍할 수 없다.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누구든 주어진 여건 하에서 공동체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온 존재가 인간임을 인정한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다 함께, 손 잡고, 무너진 공동체의 재건을 위해 화합해야 한다. 한 집단의 지도자라면 당당하게 그런 새 출발의 기수가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할 일은 너무나 많고 시간은 너무나 짧다.   
                                                조규익(국문과 교수)


200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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