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왕릉의 무인석

폐하,

대 가락왕국의 마지막을

치사한 돌무더기 하나로

남겨 놓으시고

그 속에 숨으신 구형왕 폐하!

이 못난 소장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어미 기다리는

저 아랫마을 내 집으로 달려가

따스한 구들에

이 한 몸 누일 생각

눈꼽만큼도 없사옵니다

올망졸망 새끼들과

쭈그러진 할망구가

일편단심

날 기다린다 해도

그냥

눈, 비, 바람

다 맞으며

폐하 곁을 지키렵니다.

그저  

썩지 않을 칼 한 자루로

폐하의 부끄러운 영화를

해와 달이 모지라질 때까지

지키고 서 있겠나이다.

2012. 6. 30. 경남 산청군 구형왕릉에서

2012-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