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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게의 꿈-백규의 점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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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1-22 11:58 조회10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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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게의 꿈
뻘 속을 기면서도
가끔씩
잠망경을 번쩍 들어
영덕 앞바다 대게들의 걸음걸이를
훔쳐보기도 하고,
남태평양 다랑어 가족의
그 미끈한 점프를 부러워 하기도 하고.
가끔씩
동해안을 휘젓고 다닌다는
돌고래떼의 유영을 풍문으로 들으며
온몸을 쪽 뻗어 솟구쳐 보기도 하고.
가끔씩
뻘 속의 나쁜 이웃
망둥이를 흉내내며
작은 입을 쩍쩍 벌려보기도 하고.
아주 가끔
뻘동네의 불쌍한 이웃
갯지렁이를 툭툭 건드리다
냉큼 물어보기도 하고...
꿈 같은 삶
삶 같은 꿈
뻘 같은 세상
세상 같은 뻘
제 모습 닮아
게걸음 하는 자식들에게
게걸음 하지 말라고 역정내며
모순의 뻘 속을
모순의 손짓 발짓으로 헤매다가
모순의 몸짓으로 몸부림치다가
남태평양 다랑어의 위용도
미끈한 동해바다 돌고래의 맵시도
포항 앞바다 대게의 당당함도
모두 버리고
그 꿈들 모두 버리고
여기 이렇게
비굴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남고 말았네.
2012. 7. 21.
백규의 점심식탁
201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