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풍선(冬風扇)에 푸념 새긴 시인 성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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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3 20:24 조회 162회 댓글 0건본문
성선경은 시인이다.
겨울에 여름을 꿈 꾸고
여름에 겨울을 앓는,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는
시인이다.
그득한 가슴 속 먹물로
자신의 시 "화두(話頭)"를 수놓아
내게 보낸 동풍선.
겹쳐진 갈피갈피엔
여름바람 한 줄기와
익어가는 두엄냄새 한 소쿠리
몽클몽클 숨어있다.
그가 내게
겨울부채를 보낸 건
겨울을 겨울로 살지 말고
겨울 속 골방에서 겨울이나 노래하지 말고
겨울 속으로 날아가는 한 잎 낙엽이지 말고
떠나갈 곳 잃은 여름철새마냥
한 겨울 속 허공이나 까욱까욱 울어대며
여름으로 살아보라는 말이렷다?
"밤 새워 길어올린 두레박질도
맑은 꽃대궁 하나 피워내지 못한 아침
닭들은 알을 낳네
꽃이요꽃꽃꽃
참 연꽃 한 송이 내게 툭 던지네"
그가 뱉어낸 "화두" 속의
알 낳는 닭만치도 못한
인생의 유희가
별로 유쾌롭지 못하다는
시인의 조소,
뒤통수에 느끼는
오늘.
바람부는 이곳에서
그가 보낸 동풍선을 흔들며
행여 남은 여름바람 한 오라기 찾아
서성댈 뿐이다.
11. 12.
백규
200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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