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호 시인의 첫 시집 <<사람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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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4 01:36 조회 108회 댓글 0건본문
유년시절의 쓸쓸함과 가난함을
거름 삼아 피어난
정갈한 서정을
꽃샘추위 마지막 몸부림으로 스러지는
이 봄의 어귀에서 만났습니다.
달콤한 봄비가 대지를 적시듯
그의 시혼이
외로운 우리의 마음에 촉촉히
스며드는 이유는 뭘까요?
"불혹의 나이에도
풋마늘 한 톨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한다"고
못내 부끄러워하는 시인 곁으로
한 발 다가 서 봅니다.
여러분도 함께 느껴 보시지요?
버려진 구두
버려진 아버지의 구두는 쓸쓸하다.
길 위에서 살을 허물다가
길이 끝나는 곳에서 허당을 밟고
후미진 골목에서 하늘을 향해
몸을 뒤집고 모로 누워 가슴에
쓸쓸히 눈을 담는 한 짝의 낡은 구두
삶이란 뒤축의 힘으로 일어서서
뒤축의 힘으로 무너진다.
뒤뚱거리는 어수룩한 나의 뒷모습에서
또 하나의 슬픈 아버지를 본다.
거친 돌부리에 채이면서
쉬지않고 걸어가야 하는 방랑의 길
상처투성이의 검정 구두 한 켤레에
담긴 굳은살의 추억과 아픔을
뒤축의 힘으로 일어섰다 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유전(遺傳)
나는 버려진 구두처럼 울고 있다.
<39쪽>
신종호 시집, <<사람의 바다>>, 천년의 시작, 2006. 3. 값 6천원
4. 4.
백규
200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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