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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 잊을 건가?-한겨레신문 곽병찬선생의 좋은 글, 퍼다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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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4 02:00 조회 10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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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칼럼] 황우석 사태, 잊을 건가

  

    

불과 1년 전이다. 이른바 ‘황우석 사태’는 연구원 난자 채취 의혹에 줄기세포 논문조작 의혹이 더해지고, 실험실 윤리와 취재 윤리가 정면 충돌하면서 절정을 넘어 파국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12월4일 뉴스전문방송 와이티엔(YTN)이 김선종 박종혁 연구원의 육성을 통해 엠비시(MBC) 문화방송 취재진의 협박과 회유 사실을 밝힌 것은 대전환의 한 계기였다.

‘황빠’들은 엠비시를 집단 테러하다시피 했고, 광고주들은 피디수첩에서 광고를 뺐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엠비시의 논문조작과 관련된 후속 프로그램의 방영 중단을 채근했다. 취재윤리 문제에 휩싸인 엠비시는 결국 5일 후속 프로그램 방영 취소와 피디수첩 책임자 대기발령, 시사교양국 국장 인사위원회 회부를 결정했다. 황씨의 연구원 난자채취와 거듭된 거짓말은 전면에서 사라졌다. 황씨는 병원에 입원했고, 참모들의 의도대로 입원실은 지지자와 정치인 관료 등으로 초만원을 이뤘다. 논문조작 논란 따위는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태는 다시 극적으로 반전한다. 젊은 연구자 모임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황씨의 줄기세포가 조작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발표했다. <사이언스>에 실린 일부 줄기세포 사진들이 같았던 것이다. 황빠들의 검증 자격론과 33조원 국익론 공세가 있었지만, 조작의 근거가 나라 안팎에서 속속 드러나면서, 황씨는 결국 환자맞춤형 체세포배아복제 줄기세포가 한 주도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잊고 싶은 사건이다. 세계인을 상대로 한 사기에서 대한민국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 대부분이 공범 구실을 했으니 누가 기억하고 싶을까. 그러나 잊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불과 1년 만에 확실하게 잊혀지고 있으니 말이다. 상투적인 반성과 각오를 내놓을 법한 언론도 말이 없다. 제 얼굴에 침 뱉는 것일 테니 할 말도 없을 것이다. 연구 내용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을 때 느꼈던 전율이 새삼 엄습하는 것은 바로 이 침묵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연구실이나 학계에 바뀐 건 없다. 황씨 등에 대한 추방뿐이다. 실적주의에 포박된 연구실은 여전히 연구비를 끌어오기 위해 연구 내용의 과대포장을 주저하지 않고, 실적을 올리기 위한 표절이나 자기표절도 서슴지 않는다. 반성적 사고와 윤리적 성찰이 배제된 교육제도나 연구 풍토는 실적주의의 횡포를 키웠다.


학생들은 고교 때부터 문·이과로 나뉘어 공부한다. 대학에서조차 통합형 교양학부가 늘고 있고, 사회에서도 통합형 지식을 요구하는데도, 우리만 요지부동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7차 교육과정에선 그 벽을 없애도록 했지만, 주요 대학들이 문·이과의 시험과목을 달리해 선발하기 때문에 각 고교는 효과적인 입시교육을 위해 문·이과를 나눈다. 이과 학생들은 윤리나 사회사상 역사 등을 배우지 않고, 문과 학생들은 물리 생물 화학 지구과학 등을 공부하지 않는다. 대학에선 더욱더 전공에 매몰된다. 그러니 생체실험의 역사를 모르는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생명을 다루고,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모르는 아이들이 인간 의식의 조작 가능성을 배운다. 히틀러의 대중조작, 731부대의 생체실험, 서구인들의 인종학살 등 반인륜 범죄는 이런 외눈박이 지식에 의해 저질러졌다.


황우석 사태는 우리 국민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의식을 돌아보고 제도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이기도 하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기억하는 역사는 우리 삶을 한 단계 성숙시킨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아파할 뿐 기억하지 않는다. 그 귀한 기억을 지우려 한다. 이제 돌아봐야 한다. 상처만 안고 가는 건 바보다. 그리고 고칠 건 고치자.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200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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