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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학술기행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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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4 02:26 조회 1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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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학술기행을 마치고


                                                                          

  

남국의 물빛은 하늘빛과 닮아 있었다. 화산석 가득한 해변에 서서 내려다 본 바다. 어느 곳이 바다인지 하늘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늘과 바다의 중간에서 제주도는 그렇게 두 세계를 매개하고 있었다.


도착 즉시 삼성혈을 찾았다. 탐라국을 세운 고(高)·부(夫)·량(良/梁) 등 세 분 신인(神人)들이 나온 곳. 그곳엔 오랜 세월 육지와 밀고 당기며 형성된 구심력과 원심력의 실체가 남아 있었다. 긴장과 갈등의 세월 속에 이루어온 제주도 사람들의 꿈이 어려 있었다. 본토의 시조들 대부분은 하늘로부터 내려왔다지만, 세 신인들은 땅으로부터 용출되었다고 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하늘빛을 닮은 바닷물뿐이니 그들은 땅으로부터 솟았다고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어쩌면 그 땅 속이야말로 하늘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여튼 숭실 국문인들은 탐라국의 시초인 삼성혈에서 제주도 탐색의 여정을 시작했다.


삼성혈의 의문이나 제주도민들의 특이한 생활양식은 서귀포(제주대학교 연수원)에서 대부분 해소될 수 있었다. 1932년 제주에서 출생하여 일생 동안 제주도 민속연구로 일관해온 현용준 선생(제주대 명예교수)의 설명을 통해 본토와 다른 제주도민들의 삶과 정서를 알게 된 것이다. 삼성 신화 역시 제주도에 편재(遍在)한 당신화(堂神話)들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튿날부터 제주도의 인문지리, 역사, 문학 터전 등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는 시작되었다. 북촌리 애기무덤, 제주 항일박물관, 조천 만세동산, 관덕정, 제주목 관아지, 항몽 유적지, 협재 해수욕장, 제주 민속촌 박물관, 추사 적거지, 산방산, 하멜 표류 유적지, 평화박물관, 해녀 박물관 등을 돌면서 제주 문화의 본질을 찾아내려 애썼다.


매일 밤 한낮의 탐사를 중심으로 열띤 토론들을 벌였지만, 뚜렷한 결론은 없었다. 한 지역의 문화유산을 놓고 결론을 내리려는 것 자체가 무리임은 당연한 일. 앞으로도 꾸준히 탐색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당위의 원칙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수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날의 ‘제주도 소리 배우기’는 제주도 학술답사의 대미를 장식한 이벤트였다. 이명숙 명창(제주 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주농요 제 16호)의 두 따님인 김향옥, 김향희 님의 열창으로 숭실 국문인들은 제주도 민요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다. 민요를 따라 부르면서 그 속에 녹아있는 제주도민들의 애환과 삶의 정서를 듬뿍 체험하게 된 것이다.


<너영 나영>, <망건 짜는 소리>, <해녀 노 젓는 소리>, <오돌또기> 등을 우리의 젊은이들이 어쩜 그리도 잘 따라 부르는지! 내 가슴이 뭉클해질 지경이었다. 얼마 전에 작고한 어머니(이명숙 명창)를 회상한 김향희 님. 울먹이던 그녀는 테이프를 통해 이명숙 명창의 상여소리를 들려주었다. 내 뒤의 한 녀석도 소리를 들으며 내내 훌쩍였다. 그 역시 최근 존속들 가운데 한 분을 여의였으리라. 명창들이 제공한 맛있는 빵 만큼이나 달콤했던 시간. 그 시간의 의미는 3박4일 제주도 학습의 모든 과정들을 아름답게 장식하고도 남았다. 이렇게 젊은 영혼들의 가슴에 뿌려진 제주학의 씨앗들은 과연 언제쯤 발아될 것인지...


   ***


후배학생들을 헌신적으로 관리해준 박병배·정청석 조교. 끼니를 거른 채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좋은 스케쥴을 진행해준 이상욱(학생회장)·이은경(부학생장)·박혜란(총무) 등 학생회 임원들, 이동훈(언어학회장)·박지현(현대문학회장)·강성오(고전문학회장) 등 학회장들, 박나리·정준화·최지우·이햇님·안성식 등 정책부원들, 그리고 전임 학생회장 김민기 등. 이들이 있기에 숭실 국문 공동체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으리라.

                                                                     (2007. 5. 19.)  


**사진 위는 김포공항에서의 출발 모습, 아래는 마지막 일정인 '제주노래 배우기' 과정에서 열창하는 자매의 모습


2007-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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