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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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4 03:14 조회 110회 댓글 0건본문
추석 잘 지내셨는지요?
지금 저는 지방 모처에 있습니다.
귀경길이 끔찍하여 내일 새벽쯤 올라갈까 생각중입니다.
올려주신 시, 참 좋습니다.
명절 끝의 몽롱함으로 감히 제 의견을 사족처럼 달 수는
없습니다만. 가슴에 쩌르르 전해지는 울림이 만만치 않습니다. 햇볕 찬란한 이 가을날이 겸허한 나목의 겨울을 준비해야 할 때이겠지요?
긴 말씀은 잡답(雜沓)의 서울에 가서 새로 올리기로 하고, 우선 급하게나마 인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앞으로 백규서옥에서 두메솔 선생님의 주옥편들을 자주 뵈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감사드립니다.
9. 15. 밤
금강변의 솔밭동네에서
백규 드림
>홈페이지가 참 좋습니다. 우리 시조와 창을 들을 수 있는 코너까지... 충격 받았습니다. 백규 선생님 덕분에 지난 번엔 시집을 출간할 수 있었고 그 후로도 열심히 시를 쓰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여전히 활기 넘치시고 또 제자 사랑에 저술, 학술 연구도 멋지게 하시는 모습 멀리서 뵙기 참 좋습니다. 얼마전 교정에서, 홈페이지에 작품 좀 올리라고 하셨지요? 영광입니다. 졸시 1편 게재합니다. 은퇴 후 바로 닥친 인생의 겨울이지만 색깔 있게 살려고 노력하겠다는 약속의 시, 최근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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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겨울 휴일
> 시/ 두메솔 이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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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의 물을 다 빼내야 얼지 않는다는 걸
>나무들은 알고 있다
>떠다니던 것들까지 빼내려는가,
>한겨울 휴일이 되면 더 어수선한 바람소리를 내며
>가지끼리 맞비비고 몸통을 흔들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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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울은 눈 속에 깊이 박힌 동면(冬眠)과 고요를
>뿌옇게 비춰 보여주면서
>심심한데 파브르의 곤충연구나 해보라고 잡아끈다.
>집 떠나 멀리 가면 갈수록 정적(靜寂)은 더 짓궂어
>프로이드 트리스탄 성격분석까지 해보라고 조른다.
>차라리 주절주절 노래를 부르거나
>TV를 틀어놓고 잠들거나
>배낭 메고 명동쯤 걷는 게 낫다.
>
>확성기 음악이 웅얼웅얼 최면을 건다.
>석기시대 옷을 입고 타임머신을 탄다.
>광고판은 파충류 두뇌를 굴리며 번쩍이고
>더운 음식들이 모닥불 둘레에서 춤을 춘다.
>애들처럼 몸을 흔들며 어린이 세트를 주문한다.
>스파게티 가락이 혼자 알아서 움직인다.
>소꿉장난 포크를 칭칭 감고 흘겨보다가
>근처 립스틱 가게를 가르쳐주고는
>입술 사이로 조르륵 꼬리를 감춘다.
>
>지겨운 서론 본론 분석 다 생략해버린 채
>색깔 있는 결론만 환하게 보여주는
>마법의 거울이 거기 있다.
>뜨끈한 뚝배기 색으로 덧칠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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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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