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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신작시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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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4 03:18 조회 14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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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솔 선생님,


어제 행사자리에 참석해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어려운 걸음이셨을 텐데,

대접마저 소홀했었습니다.

어제 해주신 말씀

짧았지만, 핵심있는 코멘트이셨습니다.

이왕 저희들의 길로 합류해주셨으니,

앞으로 같은 식구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내일 새벽같이 담양에 내려갑니다.

그곳 분들은 그곳을 가사문학의 성지(聖地)라고 일컫지요. 송강 정철, 면앙정 송순 등이 그곳에 정자를 지어놓고 많은 시인묵객들과 어울리며 가사를 짓고 시를 지으며 유유자적했었지요. 그래서 몇몇 뜻있는 분들이 담양군청을 움직여 그곳에 '가사문학관'을 짓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일은 그곳에서 학술발표회가 있는데, 저도 한 꼭지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

이번 시도 참 좋군요.

느낌이 참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을은 시인 두메솔 선생님께도 수확의 계절인 듯 합니다. 그 가운데 특히 <그림자>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어제밤 뒤풀이 자리에서 그 옛날 서유석이 열창했던 '그림자'를 불렀습니다. 이 노래는 부르면 부를수록 마음을 잡아끄는 힘이 있습니다. 그 노래를 부르며 습해진 제 가슴이 어쩌면 선생님의 <그림자>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담양에 다녀와서 다시 한 번 시의 의미를 음미하고, 그 결과를 이 곳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거듭, 좋은 시를 올려 주셔서 제 홈페이지를 빛내주신 두메솔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한글날에


백규 드림






>한국문예연구소 출판 기념 및 집담회는 매우 감명 깊은 자리였습니다. 가산 이효석의 삶과 문학세계, 그리고 숨은 꿈, 명저 두 권을 손에 들고 나오면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또한 여러 선생님들의 훌륭하신 발표와 담론을 들었으니 더욱 횡재했어요. 감사합니다.

>

>이번에는 '탈출'을 주제로 졸시 5편을 골라 게시합니다. 각각의 제목에 모두 탈출이란 말을 넣을 필요는 없겠지만 독자를 위해 하나의 키워드를 넣고 번호를 붙였습니다. 시가 좀 어둡게 느껴져도 용서하세요. 탈출은 새로운 시작이고 희망입니다.

>---------------------------------      

>

>

>탈출 1: 온실 탈출

>                         두메솔 이재관

>

>예쁜 표정 예쁜 말만 골라 하는 곳

>밤이면 거친 꿈에 가위 눌려

>온실 안을 조심스레 두리번거린다.

>밖은 먹이사슬 나방의 날갯짓 치열하고

>온실의 꽃들은 파란 실눈을 뜨고 있다.  

>눈치가 빤한 꽃들 위로

>비닐 뿌옇게 물방울이 반짝인다.  

>

>아무리 반짝여도 별은 아니다  

>아무리 예뻐도 노래소리는 아리고

>박박 긁어내지 못한 채 길들여진 사랑

>포장지로 두른다.    

>이름과 가격이 적힌 꼬리표가 붙는다.

>

>나는 가시 없는 고급 장미

>감미로운 노래와 율동에 익숙해져

>허술한 뻐꾸기 소리쯤은 귀에 거슬린다.

>소독되지 않은 유전자로  

>비뚤비뚤 달려가리  

>속절없이 죽을지라도, 생명처럼

>-----------------

>

>

>탈출 2: 땅속 감자 보기

>                              두메솔 이재관

>1.

>날마다 다크 초콜릿의 축제였나, 눈 가리고 사랑의 실뿌리를 몸에 감더니 실하게 자랐다 찾을 때 바로 거기 있기란 쉽지 않을 텐데 햇빛 눈부셔 도리질하며 몰랐다는 표정들이 왕 능청, 줄줄이 일어서며 한 바탕 웃는다.

>

>2.

>  글 제목으로 감자 캐기보다 땅속 감자 보기가  

>  더 좋지 않을까요. 08.08.01 22:31

>  댓글 감사합니다. 체육 선생님 말씀이 생각

>  납니다. 바다에서는 수영하는 게 아니라고

>  수영 선수라도 몸을 씻는 해수욕 정도라고.

>  땅속도 세상도 별세계, 마구 파헤치면 몹쓸

>  파격(破格) 되기 십상, 08.08.02 03:02

>

>즐겁게 댓글에 답하고 있는데 누군가 집 대문을 걷어찬다. 강아지가 짖는다. 짖는 게 본분일 텐데 왜 짖느냐고 개욕을 하며 계속 걷어찬다. 시원한 삼족오(三足烏)는 어디 있을까 어슴푸레 저 건너 대륙이 보이지 않니. 퍼마시고 정신없는 녀석이 경찰에게 끌려가면서도 히죽거린다. 지브랄털 해협은 이름이 이상하잖아. 보자보자 하니, 감자들이 멍멍 짖으며 캐러 갈 차례다. 08.08.02 21:50

>-----------------

>

>

>탈출 3: 그림자

>                     두메솔 이재관

>

>오래 머물지도 않을 걸 왜 두리번거리느냐 보도블록 이은 자리는 왜 툭툭 차느냐. 살찐 강아지, 어정쩡한 낙타, 잽싸게 뒷걸음치는 땅거미, 윤기 내며 살기보다 목초지 소문 따라 노상 길에 있다 끄떡하면 깨부수고 새로 짓는다 탈 것 만나면 액셀부터 밟는 유목민의 피가 흐르는 게다  

>

>정면으로 서로 마주 본 적이 없다 찌뿌드드하여 팍팍 밟아 지우려 했지 너는 끄떡없고 그럴수록 온 도시가 거무접접해지던 걸, 애써 환하게 눈을 뜨면 더 진한 검정, 아주 가까이서 내게 눈 뜨는 너를 꼭 붙잡고 진심의 등줄기 몇 차례 때려주고 싶었다. 가로등 없는 길가에 숨어 기다렸다.

>    

>안녕, 눈 떠라 술래야 전신주는 윙윙 울고 별들도 망토 펄럭이며 샛눈을 떴다 그림자와 그림자가 만났다 모서리마다 정교하게 발돋움하고 함께 붕 떠올라 빌딩 숲을 지났나 어느 새 지평선 멀리 웃음자락 길게 끄는 순간이동 텔레파시 못하는 게 없었다.  

>-----------------

>

>

>

>탈출 4: 무작정 떠나기 전에

>                                두메솔 이재관

>

>가을엔 불쑥 정처 없는 여행을 하고 싶다

>고향도 좋지만

>인적 없는 광야 산자락

>들꽃 핀 냇가라면 더 좋겠지

>

>제자리를 그리워하는 향수 콤플렉스로

>힘든 여름 고갈된 땀샘을 달래면서

>굳센 강, 산, 나무들에게

>제자리를 물어보러 가는 거다

>

>강물은 자로 잰 듯 꾸뻑꾸뻑 흐르고

>국화향기 스치는 바람

>가랑잎들도 익숙한 발걸음이다

>돌아가며 앉아보는 사랑방

>한 귀퉁이에 앉아  

>제자리 주소록부터 만들어봐야겠다.

>-----------------

>

>

>탈출 5: 불꽃놀이

>                      두메솔 이재관

>

>하늘이 반반쯤 살짝 익었다

>수평선은 해를 향해 한 발씩 다가가

>빨간 캡슐 묘약을 꿀꺽 삼킨다.

>아무 일 없나, 표정들이 시무룩하다

>

>물불이 한 집 살이 할 수 있을까

>뜨거운 티를 내보지만

>젖은 손으론 병마개 하나 따기도 어려워

>바짓가랑이에 연방 닦고 있는데

>낯선 사람이 다가와 불 좀 있느냐고 묻는다.

>바다까지 따라온 페튜니아가 까르르 웃는다.

>그런 게 있다면 엉거주춤 할까  

>이카루스 신화의 개정신판을 읽어봤니

>

>온몸의 절반이 붉은 입술 촉촉한 페튜니아가

>꽃고무신 거꾸로 신고 하얗게 솟아올라

>불발 없이 숨통 터지는 입 거품

>줄줄이 목이 긴 각색 부케다발을 쏟아낸다

>

>블록버스터 한 방 대신

>한 모금씩 하늘 보다가 하늘을 품는

>새들의 해피 엔드 그대로 얼싸

>굴곡진 해안 머리카락 흩날리며  

>프렌치키스 깊숙이 발돋움을 한다.

>다른 소원은 끼워 넣을 틈이 없었다.  

>--------------

>

>

>


200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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