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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봄의 한 가운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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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4 03:25 조회 12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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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솔 선생님,


그간 격조하던 차

선생님의 육성 실린 시편들을 뵙게 되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봄나물을 씹으며 봄향기를 음미하듯

선생님의 시편들을 우물거리고 있습니다.  

겨우내 시혼의 예리한 날을 벼려오신 품이

역력하시군요.

한 해 농사는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농부이신 제 아버지는 그 옛날 늘 강조하셨는데,

시인이나 학자의 한 해 농사 역시 겨울에 결정되는 듯 합니다.

저 역시 지난 겨울 무엇엔가 사로잡혀

분주하게 보내긴 했는데,

올해 무엇을 건지게 될지 몰라

약간은 불안한 마음입니다.


언제 한 번

염반이나마 점심 한 끼 나누도록 하시지요.

학교에 나오실 때 연락 주십시오.


땅거죽을 뚫고 올라오는

봄의 양기처럼

선생님의 시운(詩運) 역시 융창하시길 빕니다.


3. 21.


백규 올림


>봄은 내 이름 부르며 온다   /두메솔

>

>

>졸업식 날 너무 추워 언니는 울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입학식이라니 그냥 가보려 했어

>엄마들 입가엔 걱정 반 웃음 반

>가지마다 움트듯 꾸역꾸역

>골목 차게 손잡고 모여들었어.

>

>꽃무늬 가방이 창피해 고개 숙이고 있었지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시는 거야

>오, 하늘같은 분이 날 아시는 거야

>다 아는데 나만 몰랐던 비밀처럼

>봄이 왔다는 거야

>빨간 꽃 세타의 짝꿍이 그랬지

>내일부턴 절대 춥지 않을 거래

>

>봄은 골짜기부터든 들판부터든

>언제부터든 상관없데

>내 이름 부르며 오기만 한다면

>가방에 듬뿍 넣어야지

>아무리 추워도 울지 않을 봄을

>-----------------

>

>

>

>두메 솔  /두메솔

>

>

>외롭다는 건 대개 거짓말이다

>보이는 너, 보이는 나

>사철 푸르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일까

>홀로 걸으며 홀로 눈뜨며

>비로소 더 많이 만나게 되니

>

>바라는 너, 바라는 나

>떠날 때보다 훨씬 싱싱한 새싹들,

>구름 뚫는 강한 햇살, 힘찬 파도 소리,

>골짜기에 와글거린다.

>봄 가슴 보글거린다.

>

>숨겨진 너, 숨겨진 나

>다 만나려면 정말 바쁘겠지

>외롭다는 건 대개 거짓말이다

>모두 돋아나라 푸른 향기 짙다.

>-----------------

>

>

>

>춘분(春分)  /두메솔

>

>

>낮엔 수필, 밤엔 시

>가려 쓰자 했는데

>낮부터 밤까지 봄비 내린다.

>

>낮엔 웃기, 밤엔 기도

>가려 하자 했는데

>밤 지나 낮까지 봄비 내린다.

>

>이런 날 파초는 뼘 넘게 자라고

>이런 날 목련은 종일 팔 벌여  

>밤 같은 봄비

>낮부터 흠씬 담는 하루의 사연

>아주 긴 편지를 써야 하겠다.    

>-----------------

>

>

>

>패랭이꽃  /두메솔

>

>

>길가에 피어 서로 바라본다.  

>난 어떻게 생겼니?

>

>피차간에

>이름도 전설도 아는 게 없지만  

>다만 신기해하는 어린아이 눈으로

>반짝이는 이슬방울

>가냘픈 우리는 모두  

>알 수 없는 신비(神秘)  

>

>모르는 사람끼리 한 궤도를 달리는

>지하철 객실 칸에서처럼

>애써 모른 척 해도

>흔들리는 속도 박자 마음까지

>어쩌면 하나

>겉모습이야 어떠하든

>너무 갸울게 보이지 않았으면

>-----------------

>

>



200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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