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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공부하다 생긴 질문사항을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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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4 04:33 조회 14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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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좋은 질문들이네. 답변하겠네.


1. 교재에서 '속악가사의 형식을 이용해 속악가사처럼 부르는 놀이노래'라고 한 것은 이른바 경기체가란 것[주로 <한림별곡>]이 속악가사의 노래들과 별다름 없는 노래 형식으로 조선조 악서(樂書)들에 실려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말일세. 음악적 측면으로만 본다면 여타의 속악가사들과 경기체가가 별도의 장르로 분류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 거지. 그런데, 노랫말의 형식을 보면 분명 두 부류의 노래들[경기체가/속악가사]을 가르는 '변별적 요소'가 보이지. 예컨대 '위 경기하여[위 경 기 엇더하니잇고]'와 같은 구절은 특이한 부분이란 말일세. 학계에서는 그 부분을 부각시켜 '장르명칭'으로 삼았던 거야. 그러나 경기체가 말고 다른 어떤 장르에서도 노랫말 가운데 한 부분을 장르명칭으로 삼은 예는 없네. 그런 점에서 '경기체가'란 명명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재론할 여지가 있다고 보네. 율격구조도 속악가사와 경기체가 간에 크게 다를바 없다고 보는데, 그렇다면 형태적인 면에서 같은 범주라고 보아도 되겠지. 그러나 경기체가와 속악가사를 별개의 장르로 갈라 넣고 다루는 학계의 관습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네.


2. 주체들의 삶 자체를 그려내는 노래들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일단 시라는 구조 속에 들어가면 관념적 진술로 변질되기 마련이지. 그래서 리차즈는 '의사진술(擬似陳述, pseudo statement)'이란 개념을 제시했지. 어떤 진술의 가치는 그 진술과 그것이 가리키는 바의 일치 여부에 따라 판가름되지만, 시적 진술의 진위를 과학이나 실증의 차원에서 논하는 일이야말로 부질없는 짓이지. 시적 진술은 과학적 진리나 사실을 설명하는 담론이 아니기 때문이지. <한림별곡>에 나오는 내용을 작자들의 실생활을 그려낸 내용으로 보는 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라고 봐. 물론 그들이 그런 호화로운 삶을 누렸을 가능성도 없진 않겠지만, 대개는 문헌 등을 통해 취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소망적 사고를 풀어 놓은, 일종의 '관념적 유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네. 뭐 실제 삶을 노래한 것이라고 주장해도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당시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그 가운데 얼마 정도의 내용이 진실에 가까울 것인지 잘 따져 보아야 할 걸세.


3. 시조가 노래라는 사실만 분명히 알고 있어도 해결될 문제라고 보네. 조선조 내내 지식인이든 기층민중이든 시조나 가곡을 시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네. 그들이 '시를 짓는다 '고 할 때는 당연히 '한시'를 말하는 것이었지. 따라서 개인 문집을 편찬할 때도 시 항목에는 반드시 다양한 갈래의 한시들을 넣었고, 시조나 가사 등은 '가(歌)' 혹은 '단가(短歌)', '장가(長歌)' 등의 범주로 나누고 국문노래들을 넣었던 거야. 노래라면 글자와 상관 없이 우리 말을 아는 누구나 부를 수 있었고, 그것들이 반드시 기록될 이유는 없었겠지. 우리에게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필요한 일상적 행동이 '노래 부르는 일'이라면, 부르고 잊어버리고 또 다시 만들어 부르고.... 이런 일들이 얼마나 쉽게 반복되었겠나? 그러니 사대부이든 하층민이든 일상적으로 불러온 노래들을 대상으로 계층의식을 적용하는 일은 적절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일일세.


답변을 읽어보고 의문이 생기면 다시 댓글을 달도록 하게.


2012. 5. 28.

백규  




>안녕하세요, 교수님. 한국문학사 수강하는 08학번 정상영이라고 합니다.

>수업내용을 복습하다가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 여기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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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선 경기체가는 교재에서 '속악가사의 형식을 이용해 속악가사처럼 부르는 놀이노래를 아주 다른 내용을 갖춰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는데, 그렇다면 경기체가는 내용의 특이성 때문에 하나의 개별 갈래로 분류된 것이며 그 형식은 속악가사의 그것과 동일하다고 보아도 무방할까요?

>

>2. 교수님이 일전에 「한림별곡」에 대해 강의하실 때, 그것을 저술한 문인들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득의에 찬 그들의 기상을 나타낸 것이라는 기존이 견해와 반(反)하여 과거 문벌귀족이 득세할 당시 문인들이 누렸던 풍류에 대한 관념적인 향수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작품 속에 드러나는 행위들은 모두 실제로는 허구이며 특히 교재에 드러난 '제8장에서는 남녀가 손을 잡고 함께 그네를 타고 노는 광경을 노래했다. 그런 놀이를 실제로 하면서 즐겼으리라고 생각된다'는 견해 또한 옳지 않고 그런 행위도 관념상에서만 일어난 것으로 보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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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조는 국문으로 된 서정시인데, 시조가 생겨날 당시에 시조에 대한 문인들의 태도와 관련된 의문입니다. 시조는 국문문학이지만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기 이전 시대에 생겨났기 때문에 문자로 표기되지 않고 말로 지어 불려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글보다는 말에 더 가까운 것인데, 이런 문학갈래가 하층민들이 아닌 사대부들에 의해 상당량이 창작되었다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서정적인 내용을 정형화된 한시에 담는 것이 더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래서 시조라는 갈래는 사대부들이 즉흥적으로 지어내어 읊조리듯이 부르는 노래이며, 사대부들은 상대적으로 진중함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조를 향유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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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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