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시조 율격에 대한 질문입니다.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자유게시판

[re] 시조 율격에 대한 질문입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4 04:35 조회 152회 댓글 0건

본문

두성,


재미있는 질문들이네.


1. 우선 중세국어가 진정한 '성조언어'였는지, 아니면 '음고 액센트[pitch-accent]언어'였는지, 아직도 국어학계에서는 논의가 되고 있는 것 같네. 그러나 대체로 의견의 일치를 보인 내용은 '16세기 말쯤 성조를 잃었다'는 점일세. 말하자면 우리가 성조를 인정한다 해도 최소한 16세기 이후에 시조를 짓거나 부른 사람들이 성조를 의식했을 가능성은 '제로'라는 사실이지. 실제로 시조를 창하거나 율독하는 경우 과연 성조가 필요하던가? 그것 없이도 충분히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면, 성조란 것은 거추장스런 잉여적 존재일 뿐이겠지.^^  성조에 대해서는 김성규 선생의 "15세기 한국어 성조의 성격에 대하여"[<<국어학>> 56, 2009]와 "중세국어 음운론의 쟁점"[<<국어사연구>> 9, 2009] 등을 꼼꼼히 읽어주기 바라네.


2. '음보'라는 말이 시조의 율격단위를 지칭하기에 타당치 않고, 정확하지도 않다는 게 내 생각이네. 서양의 음보[foot]와 우리 시조의 마디[혹은 토막]는 분명 성격의 면에서 다르다네. 서양의 음보는 '강/약'[dynamic]의 규칙성을 내포하고 있으나, 우리말에서는 그런 규칙성을 찾아낼 수 없지. 우리가 '음보'란 말을 우리 식으로 다시 규정하지 않는 한, 어원으로서의 서양말 'foot'가 갖고 있는 의미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러니 어원이 뚜렷한 '음보'를 시조 율격단위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리고 '사대부들의 팔자걸음'을 상상하며 서양의 3/4, 4/4박자 등을 바탕으로 시조가 갖고 있는 '한 마디 3자/4자의 규칙성'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네의 생각은 매우 흥미롭네. 왈츠곡으로 대표되는 3/4박자는 1마디 안에 4분음표 3개가 들어 있는데 , 대개 각 마디의 첫 박에 강세가 있지. 자네 말대로 사대부들이 그렇게 걸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설령 그렇게 걸었다 해도 한 걸음을 옮기는 시간을 한 토막 혹은 한 음보로 규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내가 역설하는 바와 같이 시조는 읊조리던 시가 아니라 창이었거든. 시조창에서 초장은 '5,8,8,5,8'로 5박과 8박의 교차에 의해 이루어지지. 그런 박자의 길이와 자네가 상상하는 사대부들의 걸음걸이가 어떻게 들어맞을 수 있을까. 물론 시조가 '규칙적인 리듬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진 예술형태라는 점을 잊지는 말아야겠지. 그리고 그 노랫말인 시 역시 음악이나 춤과 밀접하게 공존했던 또 다른 형태의 예술이라는 점도 기억해야겠지. '문자 아닌 노래로 향수되던 예술'이 시조라는 현실을 바탕으로 좀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네.

시조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면, 자네의 이러한 상상은 매우 소중하다네. 그저 옛날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을 묵수(墨守)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듯한 학계와 교육계의 풍토를 생각하면, 말할 수 없이 귀하고 신선하네. 그런 상상을 바탕으로 자네 스스로 논리를 만들어 보았으면 하네. 분발하고 정진하게.


              2012. 9. 12.

                 백규


    

>수업 후 아무래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생각해보았습니다.

>

>그 결과 두 가지 가설이 생겼습니다.

>첫째, 전기 중세국어는 분명 성조가 존재했었던 바, 적어도 어느 정도의 시기까지는 성조가 글자 수와 함께 시조의 율격을 이루는 한 요소가 되지 않았는가? 혹여 시조가 기록되어 있는 옛 문서에 성조가 표기되어 있다면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둘째, 음보 개념과 관련하여,

>서양음악과 같이 하나의 박자가 존재하여

>가령, 사대부들이 팔자걸음으로 슬슬 한 걸음을 옮기는 정도의 시간이 한 음보를 이루어, 그 안에 세 글자가 들어가면 느려지고, 네 글자면 보통, 다섯 글자면 빨라지는 식의 박자가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서양의 3/4, 4/4박자와 같이 말입니다.

>이 두가지와 관련하여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2012-09-1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白圭書屋:::
대표자 : 조규익 | Tel : 010-4320-8442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 E-mail : kicho@ssu.ac.kr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