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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강호가도에 관한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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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4 04:35 조회 14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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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


좋은 질문이네.

늘 문제의식을 갖고 독서하며, 좋은 깨달음을 보여주는 자네의 모습이 보기에 좋네.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자세를 유지해 주기 바라네.


내가 보기에 '강호가도'란 현대인의 관점에서 만들어낸 '추상적 개념'이지. 말하자면 그 당시 양반 사대부들의 삶에 대한 기록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신뢰하는 입장에서 만들어낸 개념이라는 것일세. 전원이 삶터 자체인 평, 서민들의 입장에서야 '강호'라는 개념이 객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대상은 결코 아니었겠지. 매일 눈 뜨면 나아가 전쟁을 치르듯 '땀 흘리며, 고되게' 일해야 하는 삶의 현장이 아니던가. 그들이 그곳을 강호로 관념하려면 '강호 아닌' 주거공간을 따로 갖고 있었거나 최소한 마음 속에라도 그런 공간을 가꾸고 있어야 했겠지. 그에 비해 양반 사대부들은 강호를 '객관적으로 대상화시킬 수 있는 공간'이었단 말이야. 그 속에서 실제로 땀 흘리며 '전쟁 같은 노동'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아니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관념적 공간'이었어. 그런 그들이 그 공간을 좀 더 멋지게 치장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현자들이 만들어 놓은 개념 틀을 원용할 필요가 있었고, 그 개념 틀 중의 하나로 매력을 느낀 것이 바로 도연명이었던 것이야. 그런 행위가 반복되다 보니 도연명의 작품이나 생각은 '스테레오 타입(streo type)으로 굳어지게 되었고, 학식이나 있던 양반 사대부라면 늘 도연명의 시구 하나쯤은 입에 달고 다녔겠지. 그걸 조선조 양반 사대부의 강호가도에 미친 도연명의 영향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 따라서 조선조 양반 사대부들의 이른바 '강호'는 '노동의 현장이었던 자연을 노동 없이 바라보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데서 생겨난 관념 공간'이었고, '강호가도'는 '그런 관념공간의 예술적 관행들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네. 따라서 자네가 결론에서 제시한 비율은 너무 그들의 삶을 후하게 평가한 결과라고 할 수 있지. 오히려 도연명 등 선배들의 생각을 답습한 문학적 관습이 60-70,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관념적 이상향의 지향이  30-40 정도 되지 않나 싶네. 도연명을 비롯한 중국의 문학가들에 대한 조선 지식인들의 경도(傾倒)가 놀라울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신들의 현실적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 도연명의 생각을 무작정 차용해온 관행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지. 그들의 문학을 객관적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세.  그들의 문학작품을 좀 더 깊이있게 읽고 신중하게 분석해보면, 그런 점이 이해되리라 믿네. 좀 더 분발하게.




>이선영 편집, <문학비평의 방법과 실제>, 삼지원, 2010 개정판

>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

>"문학적 이념과 주제에 관련된 관습은 자주 오해된다. (중략) 모르긴 하겠으되 전원주의는 옛날 도연명문학의 영향으로 확산된 순문학적 관습이다. 전원문학의 근원은 전원생활에서가 아니라 문학 내의 관습적 주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

>역사전기비평에 관한 파트에서 위와 같은 언급이 나왔는데, 요컨대 작가의 전기적 삶과 작품의 내용이 유리될 수 있는 예로 강호가도를 든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실제 사대부의 삶과 전원의 삶이 유리되어 있었울 것이라는 점은 타당하나, 강호가도의 성격 자체를 도연면문학에서 온 순문학적 관습으로만 한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적 영향 외에도 유가, 도가의 사상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그 합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강호가도의 정신적 지분은

>-정쟁에서 밀려 났든, 원했든-실제 향리로 물러난 사대부의 삶이 10-20

>유가, 도가의 영향으로 형성된 -속세와 대척점에 있는-관념적 이상향의 지향이 50-60

>문학적 관습이 20-30 정도를 차지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

>두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1. 도연명의 시가 강호가도에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이며 어느 정도 였습니까?

>2. 전술한 저의 결론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


201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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