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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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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3 13:20 조회 33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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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손의 편지


  김일손(金馹孫)이 젊었을 적부터 재주가 있다는 소문들이 사방에 퍼져서 한 무장(武將)이 사위로 삼았다. 그러나 일손은 일부러 문장을 못하는 척 방구석에 들러앉아서 {십구사략}만 읽었다. 산사(山寺)에 올라가서 공부를 계속하면서 장인에게 편지라도 보낼 일이 있으면 짤막하게 용건만 말할 뿐 인사말 같은 것도 없었다. 하루는 편지를 보냈는데 그 내용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문왕이 죽으니 무왕이 나왔다. 주공주공 소공소공 태공태공(文王沒武王出 周公周公 召公召公 太公太公)"

  간단하기 짝이 없는 글이요 무슨 말을 썼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 장인은 편지를 보고서는 기뻐하는 기색도 없이 얼른 소매 속에 감추었다. 무식한 사위를 둔 것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 때 마침 글 잘하는 선비 한 사람이 한자리에 있다가 김일손의 편지라기에 한 번 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어나서 그 장인에게 편지를 좀 볼 수 없느냐고 하였는데 장인은 굳이 감추고 보여 주려고 하지 않는다. 나중에는 떼를 써서 억지로 빼앗아 보니 실로 어처구니 없는 글자들 뿐이었다.

  그러나 그 선비는 필시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두번 세번 거듭 읽어 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얼굴색이 공손해지면서 몸을 바로 하였다. '실로 천하의 기재로다.' 그 선비가 풀어본 글의 뜻은 이러하였다. 문왕의 이름은 창(昌)이요, 무왕의 이름은 발(發)이다. 창은 방언으로 신발 밑을 창이라 하고 발은 사람의 발과 음이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창이 죽어서 발이 나왔다는 말은 곧 신발 창이 떨어져서 발이 밖으로 나왔다는 뜻이었다. 또 주공의 이름은 단(旦)이니 이것은 아침을 이르는 조(朝)요, 소공의 이름은 석(奭)이니 이것은 즉 저녁 석(夕)과 음이 같은 것이다. 태공은 망(望)이니 이것을 정리하면 조조석석망망(朝朝夕夕望望), 즉 아침마다 저녁마다 바라고 바란다는 말이었다. 곧 신발이 오기를 기다린다는 내용이었다. 그 장인은 크게 기뻐하여 곧 신발을 사서 보내주었다.


<어우야담>   


200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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