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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관 시집 <<디지털 사계>> (일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3 16:44 조회 118회 댓글 0건

본문

차례


디지털 사계

작은 사랑  10

잠시만  11

조금만  14

두메솔  16

봄비 오는 창  18

나무자락  20

서대산 부처바위  22

봄 바다  24

M T  26

나의 봄  27

연(蓮)  30

등대  32

하계 농촌봉사  34

담쟁이  36

납량특집 전설  38

지하철역 수족관  39

여름 밤하늘  55

천둥과 번개  43

코스모스  44

가을 바다  46

연시(軟柿)  47

오항리  49

연어의 회귀  51

서울내기  53

새  55

새(2)  56

겨울 序詩  58

겨울 갈대  60

겨울비  61

환절기  62

환절기(2)  64

사물놀이  66                

디지털  68

디지털(2)  70

네트워크  73

여행 중에  74

신화  75

색상반전  80

악몽  83

네 죄를 알렸다  85

가슴 속의 언덕  88

인간 예찬  91

인간 예찬(2)  92


번역시

폭풍 그 당당한 음악  95

사랑  101

미  103

시간  104



답시  




이재관 교수 약력 및 출판물



























디지털 사계


작은 사랑




만남이 계속 되면서

임은 점점 커진다.


나는 점점 작아지고

흔적만 남고


더 이상 잃을 것 없기에

내 사랑은 겸허하다


더 이상 얻을 것 없기에

내 사랑은 진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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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굳게 지키려 해도

마음자리에

몇 방울 남던가

차라리 흘려 보내리

담아두지 않으리


오며 가며

누구든

앉았다 가게 하리


물방울 품은 꽃잎처럼

잠시만 머물게 하리

아주 담아둘 생각은

하지 않으리





잠시만 있어달라

웃으며 말하리

낙엽 준비하는 가로수처럼

머리 숙여 기원하리


내게서 자라

봄여름 붙어 있던 잎사귀도

내 것이 아니듯

내 마음도 내 것이 아니듯


피어나는 뭉게구름

우정과 사랑...


흔들리는 것이라면

더욱

잠시라도

내 마음 밭에

머물게 하소서

---------------









조금만




모두 드리기는 힘겹지만

드리고 싶습니다.


서투른 미소

어색한 노래

손과 발의 땀

인색한 눈물샘

엉킨 실타래 같은 생각까지


기쁘게 받아주실 당신이기에

부끄럽지만 다가섭니다.


거두는 자도

가꾸는 자도

뿌리는 자도

되지 못하기에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

로렌츠의 나비 효과,

오병이어(五餠二魚),


그런 일은 모릅니다.

겨우 조금

봄비같이,

드리는 시간들이 모여

시간이 다하고


드디어 생명을 드리는

그 시간까지

---------------






두메솔





자욱한 안개 속의

산골짜기

소나무 한 그루,

이리저리 휘청거려

송죽지절(松竹之節)이 무색하나

파격(破格)이 품격이라


겉모습은 힘차지 못하나

사람들의 비웃음,

중력, 환경에 굴하지 않고

평생 용틀임으로 증거한

크고 뜨거운

생명의 은혜.


“다 이루었다” 하신

그 분을

강철 같은 의지로

사모하는 마음

또한 깊어라.

---------------





봄비 오는 창 (窓)





사 랑   해   요

해피 버스 데 이

안 ㄴ ㅕ  ㅇ ...



예쁜 글자들이

때마다 나를 위해

반딧불처럼 떼 지어 날아와

창에 잠시 머물고

나는 늘 바빴다.


글자들은 창을 떠나

낡은 책과 노트가 쌓인

음산한 지하 창고로 간다.

창 위를 날던 모습  

작은 몸들을 떨며

웅크리고 있다.


나는 무엇을 찾아

산과 들을 헤매었던가.


얼어버린 창문

조작된 상상과 추억을

씩씩한 행진곡으로 바꾸고

글자들이 좋아할 만큼

예쁘게 단장했어야 할 것을.


반갑게 봄비처럼 돌아와

작은 물방울 튕기며

내 창을 적셔줄

0과 1의 비트 수백만 개가

날 위해 태어나 곁에 있었음을

정녕 몰랐다.

---------------


나무자락




산에는

험로 고비마다

든든한 가지 끝자락이 있다.


누가 거기 있으라고 했나

천번 만번

누가 팔을 내어밀라고 했나


거치는 사람마다

털고 가는 세상인심이

서럽고

끝자락은 닳고 닳아

윤기마저 흐르지만


가지가 내는 봄의 소리는

천지에 가득하여

아론의 지팡이로

싹이 돋고

꽃이 핀다.

---------------



          * 가지 지(支)의 형상, 필자 제작

          * 아론의 지팡이는 민수기 17장,

            움이 돋고 꽃이 핀 소명의 지팡이


서대산 부처바위






한결 같아라

대강 사는 한 세상,

입술 깨물어

서약이라도 했는가


사상 인심 다 변하는데

산이 그리도 좋아

바위가 되었는가


한결 같아라

버리고 버리더니

이제는

안개와 이끼

더불어 사는가


광풍명월(光風明月)

시원한 보름달 뜨는 날

편지 한 장

속세에 보내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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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바다





백두산 천지가 좋다는 말에

그 때도 달려갔었다.

맹렬한 흙바람에 볼 수는 없었지만

천지가 거기 있음을 나는 알았다


속초 바다가 좋다는 말에

오늘도 달려왔다.

천지현황(天地玄黃)

검은 하늘과 누른땅이 소리치며

봄기운을 부둥켜안는 한 밤중


탐조등 불빛은 멀고

해풍은 모질게 불어

시선 향할 곳 없는데


나는 황금색 모래밭이

여기 있음을 알았다.

한 줌 모래가 손에 잡힌다

뭐든지 욕심 부려 빌고 싶다.


내 작은 소원이 바람에 쓸려

모래처럼 흩어질지라도

발자국만 남을지라도

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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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멤버십 트레이닝)




영원한 소년이 되고 싶은

피터 팬 신드롬과

영원한 고수가 되고 싶은  

사울 왕 신드롬이

뒤섞이는 밤을 밝혀

즐기고 호령한다.


겨울도 봄도 아닌 2월

엠티에서는

노인도 소년도 아닌

영원한 청년이어라.


꾸라쥬 (Cou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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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봄




봄의 여신,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좋은 말은 다 있는데

나의 봄은 어디 있는가.


캘린더 한 장 뜯으면

금방 올 줄 알았는데

잠시 기다리면 될 줄 알았는데


북미, 유럽, 호주는 봄 지나 여름이고,

서반아, 동남아, 중국까지

화신(花信)이 들리는데

나의 봄은 어디 있는가.


동백, 설중매 몽우리라도

보여야 믿을 것 아니냐

숨소리라도 들려야

찾을 것 아니냐


한 자도 써지지 않는 시의 싹처럼

차가운 땅 속에 얼어 있는가.


기다리는 내가 싫어

짐짓 늦는 것인가


때가 되면 온다지만

겨울밤 설친 새벽

얼어붙은 유리창을

싱겁게 흔들기만 하는가.


나의 봄아

향긋한 입김일랑

꿈도 꾸지 않겠네

내게는 기별 없이 와도 좋으니

밤이슬처럼

남 남 처럼

내 곁을 지나쳐도 좋으니


편한 마음으로

어서 어서

이 땅에도 오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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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蓮)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밤에 피든 낮에 피든

아무러면 어떠하랴

사는 곳, 흙탕물,

아무러면 어떠하랴


자기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공기가 달고

하늘이 높아 보이네


연실(蓮實) 뚫린 상처

의연하게 보여주며

유유자적

아름다운 꽃 날개 긴 목을

미풍에 맡기니


그대 있음에

내 마음은

뜬 잎처럼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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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어쩌자고 거기

바닷가 절벽 위에 서있는가

밤마다 불 켜고 서있는가


강변 살자

청산에 살자

그런 말도 못 들어보았는가.


험한 파도 폭풍우가 심하기에

나 아니면 누가 하랴

태어난 보람을 찾고 싶어

여기 있노라

그렇게 말하려는가.


집채 같은 파도 폭풍 싸안고

날이면 날마다 그렇게 산다면,

혹여 노여움을 삼키는가

삼키고 삼켜

키만 훌쩍 커버렸는가


해풍에 머리 식혀

잊고 싶은 세상사

야속한 사연이라도 있는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후회하며 곱씹다가

자리를

못 뜨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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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 농촌봉사




아담과 이브는

갑자기 노동자가 되었다.


가시덤불 헤치며 지새운

공포의 밤들,

얼굴에 땀이 흘러야

하늘을 볼 수 있고

흙이 되어야

쉴 수 있으리니


어설픈 곡괭이 삽질 몇 번에

하늘 한번 쳐다보고

김매기 반나절에

열 번 넘게 하늘을 본다.

  

땅거미 지면

물집 난 손바닥 감추고

안식하는 연습을 한다.  


밀짚모자도 사치스러운 산촌에

왜 별은 빛나는가.

아버지께서 일하시니,

땀 흘려 하늘을 보고

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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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무엇이 낯설어

줄기마저 감추고

무대 조명 피하여

담장 곁에 있는가


무슨 생각이 그리 많아

밤마다 소리 없이

덩굴손을 키우며

진리탐구라도 하는가


늘 사는 그 자리

그래도 수줍어

손바닥 닦아 편 채로

덤썩 잡지 못하고


쉽게 악수하며 배반하는

세상을 향해

폭풍 불어도

흔들리지 않으니,


수십 풍상 그대는

천하의 현량(賢良)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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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특집 전설(傳說)




여우가 20년간 도 닦으면

사람이 된다.

사람은 20년 도 닦으면

여우가 된다.


뜨거운 태양이 내려앉아

땀에 흠뻑 젖은 대지가  

저녁 안개와 뒤척일 때면


거의 될 뻔했던 여우들은

반성문을 쓴다.

거의 될 뻔했던 사람들은

쓴 잔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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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수족관




앤젤피쉬, 밴드 버터플라이, 솔저...

열대어들이

갖가지 원피스를 차려 입었다.


먼 바다시절에

부모들이 입던 옷을 입고

형광등 불빛 아래

바다를 꿈꾸며

사방으로 움직인다.


지하철역에선

사람들도

열대어처럼

사방으로 헤엄친다.


녹, 황, 적, 청, 회색이 어울려

열심히 움직이며

작은 열대어들의

꿈을 배우고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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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밤하늘




예전 같은 밤하늘이겠거니,

마음은 소년 되어

유성(流星)을 세고 싶은데

늘 보이던 얼굴도

다시 그려보고 싶은데


세월이란 그런 건가

딩 안 지히

정지된 검은 공간

흐드러진 은가루 별빛만 찬란하다.


생각만 많은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우주를 본다.


달에 취했다는 이태백

문리버의 오드리 햅번

은하철도 999 이야기도

가물가물 분명치 않고


허블 망원경 때문인가

세월 때문인가

딩 안 지히

은가루 별빛만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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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ng an sich’는 칸트의 철학 용어.

  thing-in-itself

  인식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사물 자체




천둥과 번개




종일 달려도 지평선만 보이는

대륙의 여름 평야에서

천둥과 번개를 만나면

두려워 회개한다.


회개는 천둥처럼 허공을 향한다.

소리는 시작,

시작은 반일 수 없다.


번개처럼 빠르게

에너지를 실어야 하는데

이 또한 허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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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바람 불면

응원단처럼 활발하고

조용한 날은

귀족처럼 도열한다.


멀리 보면 계절의 질서

가까이 보면 가지각색 자유로운

코이노니아.


코스모스 필 때는

기다리는 사람 없어도

종일 창문을 열어놓는다

무작정 길을 떠난다.


차를 타고 달려도

천천히 걸어도

어디나

하늘이 가깝고

바람은 상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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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inonia는 자유로운 공동체 대화












가을 바다




파도와 모래알을

세어보는 재미에

나는 가을바다에 간다.


사람들은

급히 떠나갔고

파도는

급히 오르다가 부서진다.


태양은

천천히 달아오르고

모래알은

천천히 몸살을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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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시 (軟柿)




축하, 정담(情談), 약속,  

메모 쪽지들이

노을에 물들어  

담뿍 붙어 있는 카페


각색 칠 단장한 작은 창

문틈으로 내다보는

시골 처녀들


촌스러움을

예쁘게 봐주는

촌스러움이

허공에 남아 있다.


바람은 차고

사는 형편 제자리지만

멋을 짜내는 마음

무르익어

수줍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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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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