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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담해이' 중의 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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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3 17:21 조회 11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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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입기혈(鼠入其血)"  ['구멍에 들어간 쥐' 이야기]


옛날 옛적 어느 시골 마을에 곱게 늙어가는 어여쁜 중년 과부가 살고 있었다.

그 과부의 화용설부(花容雪膚)는 남자들로 하여금 짐짓 유혹하고픈 충동으로 문득 심신을 가히 표탕(飄蕩)케 하는 것이었다.

살기엔 어렵지 않았으나 워낙 초년에 서방을 여읜데다가 자녀마저 하나도 두지 못했는데 다행히도 집안일은 떠꺼머리 총각 한놈으로 그럭저럭 해결이 되었다.

그 총각으로 말하면 워낙 천생이 우둔하고 암매하여 숙맥조차 분간치 못하는 머슴인지라 과부집에는 가장 적격이었다고 할 수가 있었다.


어느 날 밤에 과부가 우연히 바라본즉 자기의 침실 한 모퉁이에 조그만 구멍이 있어 쥐 한마리가 그리로 열심히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옳거니 하고 이튿날 밤에 과부가 그 쥐를 잡고자 단단히 마음을 먹는데, 쥐구멍 앞에서 한 손으론 치마를 부여잡고 엉거주춤 쪼그려 앉아 뜨거운 물 한바가지를 쥐구멍에 쏟아부었다. 그러자 잠자던 쥐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돌연 열탕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오는데 마침 아까는 없던 음침한 구멍이 보이는 것이었다. 원래 쥐라는 놈은 어둡고 좁은 곳을 즐겨 찾는지라 급하고 반가운 김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여기 숨었으면 안성마춤이겠다." 하고 과부의 옥문(玉門)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런데 구멍이 너무나 좁고 어두워서 도무지 동서의 방향을 가릴 수 없었으므로 더욱 깊은 구멍이 혹시나 없나 하고 머리를 들추어 아무데나 쳐박고 바삐 쑤시며 뺑뺑 돌아가니 과부가 야릇한 쾌감에 미친 듯 또한 취하고 말았다. 하도 오랫동안 그러하니 그만 지쳐서 그 쥐를 내어몰고자 하나 할 수 없는지라 무한히 고민하던 중 다급히 머슴을 불렀다.

머슴이 깊은 밤에 부른 연유를 알지 못한 채로 선잠을 깨어 졸음에 지친 눈으로 비비며 안방으로 들어가 본 즉 과부가 벗은 채 침상 위에 누워 가만히 추파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우둔하다 하나 그래도 명색이 남자인지라 이렇듯 선정적인 장면에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고 두 다리 가운데 무언가가 꼿꼿해지며 고개를 쳐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부도 그 광경을 보매 문득 옛날의 일이 솟구쳐 올라 부끄러움은 달아나고 춘심만 동하는데 머슴은 생전 처음 당하는 일인지라 음양의 이치를 몰라 그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래도 과부가 경험자라 들뜬 음성으로 애교있는 말과 아리따운 웃음으로 분위기를 연히 가라앉힌 후에 머슴을 안심시켜 손을 잡아끌은 다음 옷을 모두 벗기고 이불 속으로 끌어 당겼다.

과부가 바야흐로 몸을 끌어안으며 합환을 원하는데 그제야 용기를 얻은 머슴이 차츰 이치를 깨달아 서로 운우(雲雨)가 방농한 채로 막 재미를 붙여나갔다. 그런데 쥐란 놈이 어둡고 습한 동굴 끝자락에서 가만히 바라보니 웬 막대기 같은 것이 들락날락하면서 자기를 몹시 두들겨 대는 게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다가 쫓기어 이젠 어찌할 수 없음을 간파하자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격으로 발악하여 온 힘을 다해 그 대가리를 꽉 깨물었다. 이에 머슴이 크게 놀라 소리를 지르고는 아픔을 이기지 못하여 과부의 품에서 빠져 나가니 그 고함소리에 쥐도 또한 놀라고 두려운지라 그 구멍으로부터 뛰쳐나와 정신없이 도망치고 말았다.

이후로 머슴이 가로되 "여자의 배 가운데는 반드시 깨무는 쥐가 있으니 몹시 두렵도다." 하고 평생동안 다시는 여색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


201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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