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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의 <답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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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23 20:07 조회 22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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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答田父>  

  

寓舍卑側隘陋心志鬱陶

一日出遊於野 見一田父 厖眉皓首 泥塗霑背 手鋤而耘

予立其側曰 父勞矣 田父久而後視之 置鋤田中 行原以上 兩手據膝而坐頤予而進之

予以其老也 趨進拱立 田父問曰 子何如人也?

子之服雖敝 長裾博袖 行止徐徐 其儒者歟?

手足不胼胝 豐頰皤腹 其朝士歟? 何故至於斯?

吾老人 生於此老於此 荒絶之野 窮僻瘴癘之鄕 魑魅之與處 魚鰕之與居

朝士非得罪放逐者不至 子其負罪者歟? 曰然

曰何罪也? 豈以口腹之奉 妻子之養 車馬宮室之故 不顧不義 貪欲無厭鎰罪歟?

抑銳意仕進 無由自致 近權附勢 奔走於車塵馬足之間 仰哺於殘杯冷炙之餘

聳肩謟笑 苟容取悅 一資或得 衆皆含怒 一朝勢去 竟以此得罪歟? 曰否

然則豈端言正色 外示謙一本作廉 退盜竊虛名 昏夜奔走 作飛鳥依人之態

乞哀求憐 曲邀橫結 釣取祿位 或有官守 或居言責 徒食其祿 不思其職

視國家之安危 生民之休戚 時政之得失 風俗之美惡 漠然不以爲意

如秦人視越人之肥瘠 以全軀保妻子之計 偸延歲月

如見忠義之士不顧身慮 以赴公家之急 守職敢言直道取禍

則內忌其名 外幸其敗 誹謗侮笑 自以爲得計

然公論諠騰 天道顯明 詐窮罪覺以至此乎? 曰否

然則豈爲將爲帥 廣樹黨與 前驅後擁 在平居無事之時 大言恐唱 希望寵錫

官祿爵賞 惟意所恣 志滿氣盛 輕侮朝士 及至見敵 虎皮雖蔚 羊質易慄

不待交兵 望風先走 棄生靈於鋒刃 誤國家之大事?

否則豈爲卿爲相 狼愎自用 不恤人言 佞己者悅之 附己者進之

直士抗言則怒 正士守道則排 竊君上之爵祿爲己私惠

弄國家之刑典爲己私用 惡稔而禍至 坐此得罪歟? 曰否

然則吾子之罪 我知之矣 不量其力之不足而好大言 不知其時之不可而好直言

生乎今而慕乎古 處乎下而拂乎上 此豈得罪之由歟?

昔賈誼好大 屈原好直 韓愈好古 關龍逢好拂上

此四子皆有道之士 或貶或死 不能自保 今子以一身犯數忌 僅得竄逐 以全首領

吾雖野人 可知國家之典寬也 子自今其戒之 庶乎免矣

予聞其言 知其爲有道之士 請曰 父隱君子也 願館而受業焉

父曰 予世農也 耕田輪公家之租 餘以養妻子 過此以往 非予之所知也

子去矣 毋亂我 遂不復言

予退而歎之 若父者 其沮溺之流乎!


<농부에게 답하다>


머무르는 집이 낮고 기울어지고 좁고 더러워서, 마음이 우울하였다.

하루는 들로 나가 거닐었는데, 한 농부를 보았다.

커다란 눈썹에, 등에는 진흙을 묻히고, 손에 호미를 잡고 김을 매고 있었다.

내가 그의 곁에 서서 말하길, “노인장, 수고하십니다.” 하니,

농부는 한참 후에 나를 보더니 호미를 밭 가운데 두고 언덕으로 올라가 두 손을 무릎에 놓고 앉더니 나에게 턱을 끄덕여 오라고 했다.  

나는 그가 연로하였기에, 종종걸음으로 나아가 두 손을 모으고 섰다.


농부가 내게 “그대는 어떤 사람이오? 그대의 옷이 비록 헤졌지만, 긴 옷자락에, 넓은 소매가 있고, 행동거지가 느릿느릿하니 아마도 선비가 아니오? 손발에는 굳은살이 박히지 않았고, 얼굴이 통통하고 배가 나왔으니 조정의 관리가 아니요? 어떤 이유로 여기까지 오셨소? 본 노인네는,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늙었는데, 황폐한 들판에서 장독(瘴毒)만 마시고 사는 시골이라 도깨비와 더불어 살고 물고기와 살아가는 곳이라오. 조정의 관리는 죄를 얻어 쫓겨난 자가 아니면 오지 않는데, 그대는 죄를 지은 사람인가?” 라고 물었다.


나는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어떤 죄요? 입과 배를 봉양하는 것과 처자를 양육하는 것, 거마와 궁실의 이유로 인해 불의를 돌아보지 않고 탐욕에 싫증남이 없어 죄를 얻었소? 아니면 뜻을 날카롭게 갈아 벼슬길에 나아갔으나, 스스로 출세할 길이 없어, 권세 있는 이를 가까이 하여 수레의 먼지와 말발굽 사이를 바쁘게 다니다가, 남은 잔이나 식어 빠진 고기 부스러기를 바라며 얻어먹고,  

어깨를 들썩이며 아첨하는 웃음을 짓고, 구차하게 받아들여져 기쁨을 취해, 어쩌다 한 밑천 얻으니 중인들이 다 노기를 폼어 하루아침에 형세가 떠나버려, 마침내 이로써 죄를 얻었소?“


대답하길 “아닙니다.”

  

“그렇다면, 말을 단정히 하고, 얼굴빛을 바르게 하여, 겉으로는 겸손한 척하여 헛된 이름을 훔치면서, 어두운 밤에는 분주히 다니고, 날아다니는 새가 사람에게 의지하는 모양을 취해  

애걸하고 동정을 구하며, 부당하게 불러들여서 함부로 결탁하고, 복록과 자리를 얻어서,

관수(官守)나 언책(言責)을 맡았는데, 헛되이 그 녹만 먹고 직분은 생각하지 않아, 국가의 안위, 백성들의 평안함과 근심, 그 당시 정사(政事)의 득과 실, 풍속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보아도, 막연히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 마치 진나라 사람이 월나라 사람의 살찐 모습과 여윈 모습을 보듯이 하면서, 자기 몸과 처자를 위한 계책으로 구차하게 세월만 늘이다가,  

만약, 충의지사가 자기 몸 생각은 돌아보지 않고, 공가(公家)의 위급에 달려가 직분을 지켜 과감히 말하고 직언을 하여 화를 입는 것을 본다면, 속으로는 그가 이름이 나는 것을 꺼리고, 겉으로는 그가 패함을 다행으로 여겨, 비방하고 비웃으며, 스스로 계책을 얻어 살아남았다고 여기다가, 공이 떠들썩해지고 하늘의 도가 밝게 비추어 속이는 것이 다해 죄가 발각되니 이 곳에 이른 것이오?“


답하길, “아닙니다.”

  

“그렇다면, 장수가 되어 널리 당파를 만들어서, 앞에서 몰고 뒤에서 옹위하며, 평상시 아무 일이 없을 때에는 큰소리 치고 공갈하며, 임금의 총애를 바라고, 관록과 작상을 마음대로 하여 기고만장해져서 관리를 업신여기다가 적을 만나게 되자, 껍데기가 비록 아름다운 호랑이 가죽이라도 본바탕이 양인지라 쉬이 겁을 내어, 싸워 보지도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다가 먼저 도망쳐 적의 칼날에 산 사람들을 버리고 국가의 대사를 그르쳤소? 그렇지 않다면, 재상이 되어 사납고 고집스럽게 제멋대로 날뛰며 다른 사람의 말을 받아주지 않고, 자기에게 아첨하면 기쁘게 해 주고, 자기에게 빌붙으면 승진 시키면서, 곧은 선비가 항변하면 성을 내고, 바른 선비가 드를 지키면 즉, 배척하며, 임금의 작록을 훔쳐 자신을 위해 사사로이 혜택을 베풀고, 국가의 형법을 농락하여 사사로이 다루다가, 악이 쌓이고 화가 이르러 이에 연루되어 죄를 얻게 되었소?“


대답하되, “아닙니다.”

  

“그런즉, 나는 당신의 죄를 알겠노라, 자신의 힘이 부족함을 헤아리지 못하고, 큰 소리 치기를 좋아하며, 때가 아님을 알고도 직언하기를 좋아하며, 지금에 태어났으면서도 옛것을 좋아하고, 아래에 처했으면서도 윗사람에게 거스르기를 좋아하는 것, 이것이 어찌 죄를 얻은 이유가 아니겠는가? 옛사람 가의는 큰소리치기 좋아했고, 굴원은 직언하기를 좋아했고, 한유는 옛것을 좋아했고, 관룡봉은 윗사람에게 거스르기를 좋아했다. 이 네 사람은 모두 도가 있는 선비였는데, 혹은 폄직되었고, 혹은 죽어서 스스로를 보전할 수 없었는데, 지금 그대는 하나의 몸으로 몇 개의 금기를 범했는데도 겨우 귀양살이로 쫓겨왔을 뿐 목숨은 보존하였으니, 내가 비록 야인이지만, 국가의 법이 관대함을 알겠소. 그대는 지금부터 그것을 경계한다면 거의 화를 면할 수 있을 것이오.“


  

나는 이 말을 듣고, 그가 도(道) 있는 선비임을 알았다. 그래서 “노인장은 숨은 군자라, 원컨대 집에 모시고서 가르침을 받고자합니다.” 라고 청했다.

  

농부가 말하길, “나는 대대로 농사를 지었는데, 밭을 일구어 공가(公家)에 세금을 내고, 남은 것으로 처자를 먹이니, 이보다 지나친 것은 내 알 바가 아니오. 그대는 물러가서 나를 어지럽히지 마라.” 하고는 마침내 다시는 말을 하지 아니했다.


  





  

나는 물러나와 “마치 농부는 그 장저나 걸닉 같은 사람이다!” 라고 탄식했다.


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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